【상식의 반전】
우리나라 첫 TV는 삼성이 만들었다?
대한민국 땅에서 TV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54년 7월 30일이다. 이날 미국 RCA사 한국 대리점(KORCAD)은 20인치 화면의 TV를 전격 공개했다. 당시는 라디오도 귀한 시절이라 이 TV는 한동안 장안의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TV방송국은 1956년 5월에 설립됐다. KORCAD가 RCA와 합작해 한국 RCA 배급사를 설립하면서 TV방송국을 개설했던 것이다. 상업방송인 HLKZ-TV는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1961년 10월 문을 닫았고, 그해 12월 국영 TV(현 KBS)가 처음으로 개국했다.
우리나라 첫 TV는 삼성 제품이었다? 그렇지는 않다. 현재 삼성전자는 명실 공히 세계 최정상의 기업이지만 최초 기록 보유자는 아니다. 흑백 TV는 금성사에, 컬러 TV는 아남산업에 밀렸다.
우리나라에서 첫 TV 생산이 추진된 것은 1963년 무렵이다. 국내에는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된 TV만 유통되고 있었다. 정부는 1965년 말 ‘TV 부품 도입에 소요되는 외화는 라디오를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를 활용한다’는 등의 조건을 달아 금성사(현 LG전자)에 부품 수입을 허가했다. 금성사는 발 빠르게 일본 히타치(日立) 사와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TV 생산에 돌입했다.
금성사는 1966년 8월 우리나라 최초로 ‘VD-191’ 48cm(19인치)짜리 흑백 TV 500대를 생산했다. 시장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TV 가격은 6만 8000원. 당시 쌀 약 27가마에 해당하는 거금이었다. 하지만 ‘최초의 국산 TV’는 KBS에서 공개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에게만 팔았을 정도로 인기가 매우 높았다.
금성사의 트레이드마크는 ‘GoldStar’다. 당연히 GoldStar는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대표적 심벌이었다. GoldStar는 우주 전체의 무궁함을 상징하고 별의 화려함과 신비로움을 이미지화해 만든 것이다. 금성사는 1960년대 한국 전자산업의 메카로서 일인천하 시대를 구가했다. 1959년 대한민국 최초의 라디오 생산을 시작으로, 1960년 선풍기, 1965년 냉장고, 1966년 흑백 TV, 1968년 에어컨, 1969년 세탁기 등 거의 모든 품목에서 국산 1호 기록을 수립하며 국민생활에 혁명을 가져왔다.
삼성전자는 1970년에야 일본의 산요(三洋)와 합작해 흑백 TV를 생산했다. 독자적으로 흑백 TV 생산에 성공한 것은 1972년의 일이다. 만년 2등에 머물렀던 삼성전자는 1975년 예열 없이도 화면을 볼 수 있는 ‘이코노 TV’라는 당대 최고의 히트 상품을 내놓으면서 금성사와 양대 경쟁구도를 구축했다.
컬러 TV는 삼성이 금성사보다 한발 앞섰다. 삼성은 1976년 컬러 TV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사치를 조장하고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컬러 TV 방송을 금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삼성의 컬러 TV는 전량 수출됐다. 금성사도 1975년 전량 수출 조건으로 생산 허가를 얻어 1977년 컬러 TV 생산을 개시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컬러 TV 1호의 주인공은 삼성이 아닌 아남산업이다. 아남은 1974년 ‘전자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컬러 TV를 우리나라 최초로 만들었다. 당시 국내 전자산업의 수준으로 볼 때, 그것도 세계적인 가전회사인 마쓰시타전기(松下電器)와 합작했다는 소식은 전자업계의 빅뉴스였다. 신문들은 앞다퉈 “우리나라도 컬러 TV를 생산해 수출하게 됐다”며 대서특필했다.
아남은 1974년 1월 국내 컬러 TV 1호기 ‘CT-201’을 생산했다. 합작회사인 한국내쇼날이 마련한 상설 전시관에는 컬러 TV를 보기 위해 5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내쇼날은 마쓰시타전기의 상표로, 2008년 10월부터 파나소닉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당시 컬러 TV의 가격은 14인치가 32만 6000원, 20인치가 42만 4000원 선이었다.
국내 컬러 TV 방송은 1980년이 되어서야 시작됐다. 그해 8월 정부는 국산 컬러 TV의 국내 판매를 허용했다. 이를 계기로 같은 해 12월 1일부터 컬러 TV 방송이 처음 돛을 올렸다. 이날 KBS는 ‘수출의 날’ 기념식을 컬러로 첫 중계방송했다. 컬러 TV 보급률은 1990년 중반에 이르러 100%를 넘어섰다.
1960, 1970년대 흑백 TV 시절. 인기 연속극이 방영되는 날이면 동네 사람들은 어김없이 TV가 있는 집으로 모였다. TV는 세상을 웃고 울리는 이야기 상자였다. 그 시절 TV는 바보상자가 아닌 정(情)을 주워 담는 보물상자였다.
지금은 스마트 TV의 등장으로 편리성, 신속성, 입체성이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제 안방에서 신세계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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