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외국인 '바이 코리아'에도 원화 약세… 수급보다 무서운 한·미 '성장·금리' 역전
_ 美 성장률 상향 vs 韓 부진… 펀더멘털 격차 확대에 원화 매력도 '뚝'
_ "연금 동원한 방어, 투기 세력에 패 보여준 꼴"… 시장 원리 훼손 우려도

[서울=더피플매거진] 새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3조 원 가까이 사들이며 ‘바이 코리아(Buy Korea)’에 나섰음에도,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460원 선을 뚫고 올라갔다. 통상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면 환율이 내려가야 하지만, 시장은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펀더멘털)’ 약화를 더 심각한 악재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5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5원 오른 1,460.1원에 거래됐다. 이는 외환 당국의 대규모 개입이 있었던 지난달 23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이 코스피 등 국내 시장에서 올해만 2조 8,0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음에도 원화 가치 방어에 실패한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 상승의 본질이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한·미 경제 역전 현상’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월 8일 국제금융센터와 주요 투자은행(IB)들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2.3%로 상향 조정됐다. 반면, 한국은 이에 미치지 못하며 양국 간 성장률 격차가 0.3%포인트 이상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금리 격차 또한 원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2.50%)보다 미국의 기준금리(3.50~3.75%)가 1%포인트 이상 높은 상황이 2022년부터 장기화되고 있다. 성장률과 금리, 즉 경제의 수익성과 이자율 모두 미국이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투자 자금이 한국을 떠나 달러로 쏠리는 것은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정부의 환율 방어 방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환율 1,480원 선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 직접 투입 대신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확대를 택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환율 상단을 누르는 데는 성공했으나,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1,480원 선에서 연금을 동원해 방어에 나선 것은 시장에 당국의 ‘최종 마지노선’과 ‘가용 실탄 부족’을 동시에 노출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되면 글로벌 헤지펀드 등 투기 세력은 리스크 없이 원화 약세에 베팅할 수 있게 된다”며 “인위적인 개입이 시장의 자정 작용을 저해하고, 오히려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역설적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 개선 없는 환율 안정은 요원하다고 본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엔·달러 158엔, 원·달러 1,460원 재진입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당국의 개입 여부가 관건이나 근본적인 흐름을 바꾸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신한은행 소재용 연구원 또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펀더멘털 격차로 인해 환율이 1,470원 선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번 주 발표될 미국의 소비자물가(CPI) 지수와 오는 15일 열리는 한국은행의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가 향후 원화 가치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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