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공항 짓는 대한민국
ADPi 최저 받은 가덕도··· 정치 망령으로 되살아나
권영진 대구시장 “천인공노 할 일”

마무리된 듯했던 ‘신공항 우려먹기’ 망령이 되살아났다. 정부의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 사실상 백지화를 선언한 가운데 권영진 대구시장이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권 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부가 입만 열면 아무 문제가 없다던 김해신공항이 갑자기 문제가 생기고, 가덕도로 옮기겠다는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해신공항은 영남권 5개 자치단체가 갈등한 끝에 세계 최고 공항전문기관의 용역 결과에 따라 결정한 영남권 신공항의 대안으로 부·울·경(부산·울산·경남)만의 공항이 아니라 대구·경북을 포함한 영남권 전체를 위한 신공항”이라며 “대구·경북은 가덕도 신공항에 합의해 준 적이 없다. 세금 7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김해신공항에 문제가 있어서 변경하려면 영남권 5개 시·도민 의사를 다시 모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공항 건설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와 명성을 가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신공항 입지별 사전타당성 평가 결과는 1000점 만점 기준으로 최저 817점에서 최대 832점을 받은 김해공항 확장이 1위였다. 밀양 640~722점, 가덕도 495~678점에 최저점을 받았다.
‘최적의 결론’은 정권이 바뀌면서 하루아침에 뒤집혔다. 총선이 끝난 지난 4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피소되면서 부산시장 사퇴로 촉발된 더불어민주당의 조바심은 국토부도 움직였다. 가덕도 공항 불가를 외친 국토부는 지난 6월 2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김해공항 확장에 반대하는 민주당 소속 부산·울산·경남 3개 지자체장과 총리실에 재검증을 맡기기로 합의했다.
합의문은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의 적정성을 총리실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그 검토 결과에 따르기로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검토 결과에 따른다’는 부분도 상투적 문구에 지나지 않는다. 최종 결정은 정부 몫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밝혔다. 검증위는 그야말로 유명무실한 기구이며 ‘입맛’에 맞지 않는 결과는 휴짓조각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정치논리에 국책사업이 변질되는 나쁜 선례이며, 대구경북통합공항 조성에 악영향이 예상된다”며, “최저 평가를 받은 입지가 최상의 선택지가 되려면 신뢰할 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