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군’이라는 화폭에 그림을 그리다!!
- 박병구 달성문화재단 대표에게 듣다 -
달성군은 대구의 여러 지자체 중에서 유일하게 예비문화도시에 선정되었다.
문화도시란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도시문화 자산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함으로써 시민이 공감하고 즐기는 도시문화의 고유성과 창조력을 바탕으로 그 지역 고유의 도시브랜드를 창출하여 사회성장 및 발전을 도모하는 문화자치형 정책 사업이다. 법정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민·관 모두 속도를 내고 있는데 그 중심에 달성문화재단이 있다.
지난 8월, 달성군은 달성문화재단을 이끌어갈 새 사령탑이 맞았다. 바로 신임 박병구 대표다. 대표 임명장을 받고 열흘도 채 되지 않아 ‘달성대구 현대미술제’를 개최했고, ‘100대 피아노 콘서트’와 ‘달성이데이(달성이다)’행사가 계획되어 있으니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시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19일, 본지 기자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허락해 줘 문화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안녕하십니까? 문화재단 대표로 임명되신지 한 달이 채 안 된 걸로 아는데 축하드리며, 바쁘심에도 불구하고 군민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본지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을은 축제의 계절입니다. 대표로 임명되고 바로 「달성대구 현대미술제」가 개최되었습니다. 미술계에서 일해오신 대표님으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 네.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난 8월 23일 임명장을 받았으니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습니다. 취임하자마자 다사읍 강정 일대에서 ‘달성대구 현대미술제’를 개최해 10월 2일까지, 한 달 동안 전시합니다.
현대 미술제는 1970년대 젊은 작가들이 기성 미술계의 경직성에 도전하며 다양한 미술 실험을 펼치던 대구현대미술제의 정신을 계승하여 강정보 일원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현대미술 축제입니다. 아시다시피 강정은 금호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이며 유일하게 물문화관인 디아크가 있는 곳으로 지역적, 사회적 요소가 갖추어진 곳이지요.
1977년 제 3회 대구 현대미술제가 이곳 강정에서 열렸습니다. 그때 20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는데 대단한 행사였습니다. 그 맥을 우리 달성에서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행사를 위해 작가들의 창작 여건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활동을 지원해 예술의 도시 달성이 되도록 하고자 합니다.
‘2022년 달성대구 현대미술제’는 「미술의 공진화, 함께 진화한다」라는 주제로 개최하고 있는데 우리 군민뿐만 아니라 대구시민들도 강정이라는 가을무대에서 문화·예술의 향기를 듬뿍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었던 ‘100대 피아노 콘서트’가 사문진에서 3년 만에 다시 개최됩니다. 지역축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축제로 성공을 거둔 이 콘서트를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악기도 많은데 왜 피아노를 소재로 콘서트를 하는지, 어떤 분들이 출연하는지 알려주십시오.
-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노가 낙동강 사문진 나루터로 들어왔습니다.
사이드보탐 부부가 미국 북장로교 해외선교사로 대구지역에 파견되었는데 그들이 미국에서 사용하던 피아노를 1900년 3월 26일 가져와 3일 걸려 종로에 있는 자신의 집까지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들어온 에디드 파커의 피아노는 신명학교에 기증되었습니다.
이렇듯 피아노가 들어온 곳이 사문진이고 100대는 달성이 개청된 100년을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2012년에 99대, 2013년부터 코로나가 오기 전인 2018년까지 100대의 콘서트를 개최했고 3년 만인 올해, 다시 콘서트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10월 1~2일, 이틀에 걸쳐 사문진 상설 야외공연장에서 박종훈 예술 감독, 김태욱 연출로 첫날에는 가수 김범수를 비롯해 재즈보컬리스트 웅산, 재즈밴드 신현필·고희안, 피아니스트 문효진, 글로벌뮤직앙상블풍류21, 현대무용단 최댄스컴퍼니, 남성성악앙상블 B.O.S가 둘째 날에는 소프라노 황수미, 뮤지컬배우 한지상, 바이올리니스트 대니구, 첼리스트 송영훈 외, 드러머 오종대, 탱고트리오 NTT, 100인 피아니스트 등등이 출연하여 다양한 공연을 펼칠 것입니다.
이 행사가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관계로 특히, 안전에 만전을 기하며 점차적으로 국제적인 행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문화도시에 대구의 기초 자치단체 중 달성군이 최초로 예비문화도시로 선정되었습니다. 예비문화도시에서 법정문화도시가 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 달성군은 올해 하반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제4차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문화도시 예비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3차 예비 문화도시 지정을 시작으로 2021년 제4차 예비 문화도시로 재지정 되어 올해 2년 차 예비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들락(樂)날락(樂) 문화달성, 누구에게나 호혜로운 문화도시'라는 슬로건으로 시민이 주체가 되어 계획하고 실행하는 시민주도형 문화 활동입니다. 우리 군은 다른 지자체보다 문화관광자원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지역적 특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내외 공간이 많습니다. 이를 활용하여 공연, 전시, 관광, 교육, 체험 등 9개의 유형으로 구분하여 활동하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지역문화유적지 탐구, 마을에 담긴 이야기를 발굴하거나 지역문화를 다루는 독립출판물 등을 발간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 중심에 우리 달성문화재단이 있습니다.
법정문화도시는 우리 달성군만이 아니라 대구시의 염원이기도 합니다. 지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특색 있는 문화도시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재단 대표로서의 포부나 비전을 알고 싶습니다.
- 전업화가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동안 화폭에 제 철학과 사상을 담았다면 지금부터는 달성군이라는 대형 화폭에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합니다.
달성군민의 평균 연령은 41.4세로 다른 지자체에 비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세대를 넘어 문화적 역량을 강화하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문화예술은 소수 예술가들의 점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하고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대상이 되도록 그 여건을 만들고자 합니다.
소프트웨어는 많은데 예술 공간인 하드웨어가 없습니다. ‘달성대구 현대미술제’나 ‘100대 피아노 콘서트’가 비바람이 몰아치면 행사진행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연적 여건과 환경이 좋은 곳에 공연장, 전시장 등을 만들어 달성군이 문화 예술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축으로서 국제화에 초점을 맞추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즐거운 직장문화가 조성되어야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원들이 능력과 기량을 마음껏 발휘해 공동의 지향점을 향해 동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며 군민과 의회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할 생각입니다.
이 자리가 큰 무게로 느껴지지만 직원들과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달성군의 다양한 행사와 앞으로의 포부 및 비전에 대해 말씀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전업 작가로 평생을 살아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평탄한 길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서 화가의 길을 걷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습니다만 전업 작가로 평생을 미술이라는 외길을 걸어왔습니다. 대구토박이로 중앙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2.28중앙기념공원이 들어선 자리가 제가 다녔던 학교입니다. 초등학교 때 그림그리기 대회에서 상을 몇 번 받게 되었고 중, 고등학교 때 미술부에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가 활동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 미술대학에 진학해야겠다는 꿈을 꿨습니다. 제가 삼형제 중 장남입니다. 장남이 그림 그리겠다는 데 어느 부모가 좋아하겠습니까, 지금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가들이 많은데 그 당시엔 오죽했겠습니까. 당연히 반대가 심했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매일신문사는 지금의 자리가 아닌 아카데미극장 맞은편에 있었습니다. 그곳 갤러리에서 미전이 개최되었는데 제 작품이 전시되었고 신문지면에 소개된 겁니다. 그걸 보신 부모님이 허락해 주셨지요.
그 당시, 지금의 아내에게 5년 동안 그림에 대한 성과가 없으면 포기하겠다며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죽기 살기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힘든 적이 엄청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신이 나를 테스트 하는구나’ 생각하며 견뎠습니다. 작가들은 사물을 보더라도 다른 각도로 봐야 하며 문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화가들도 자기만의 목소리, 즉 브랜드가 있어야 합니다. 제 작품의 모토는 ‘행복’입니다. 그래서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요.
지금부터는 ‘달성군’이라는 큰 화폭에 ‘달성’의 목소리가 담긴 그림을 그릴 것입니다.
살아오는 내내 죽기 살기로 그림을 그렸다는 말을 듣는 순간, 죽비로 한 대 얻어맞은 듯 했다. 지금껏 그렇게 성실하게 임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열정과 성실로 평생을 그림 그려왔듯이 지금부터는 ‘달성군’이라는 화폭에 멋진 그림을 그릴 것이라 믿는다.
우남희 기자(Woo795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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