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대장군님 어서 일어나셔요!
양리 마을의 장승
비슬산 자락에 있는 유가읍 양리 마을에는 3쌍의 장승이 있다. 장승은 지역과 문화에 따라 장승, 장성, 장신, 벅수, 벅시, 돌하루방, 수살이, 수살목으로 불리는데 양리 마을에서는 장승으로 부른다.
장승은 마을과 마을의 경계 역할을 하기도 하고 마을의 수호신 역할도 한다. 나무기둥이나 돌기둥의 상부에 사람 또는 신장(神將)의 얼굴 모습을 하고 하부에는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이라는 글씨를 새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장(神將)의 얼굴을 하는 장승은 무섭게 보이고 사람의 얼굴 형태를 하고 있는 장승은 소박하거나 익살스러운 모습이 주를 이룬다.
유가읍 양리에 있는 세 쌍의 장승 중, 한 쌍은 1리가 시작되는 지점에 있다.
천하대장군은 이를 앙다물고 있는 무서운 신장(神將)의 모습이고 옆의 지하여장군은 익살스러우면서도 해맑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곳 장승은 초곡리와 양리의 경계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2리다. 마을 입구에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은 출타하셨는지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만 외롭게 서 있다. 다시 보니 천하대장군은 출타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밑둥치가 썩어 지하여장군 옆에 쓰러져 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오래된 나무나 자연물에 신이 깃들어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주민들 또한 장승에
신이 있을 거라 믿고 함부로 손을 대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천하대장군을 오랫동안 방치한 상태다. 안쓰러운 마음에 비스듬하게나마 지하여장군에게 기댈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허나 썩어 가벼울 것이라 생각한 장승은 무거워 꿈쩍도 하지 않아 손을 쓸 수 없었다.
나머지 한 쌍은 마을회관 앞에 있다. 이 장승은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아니라 천하대장군을 대신해‘9988 사세요’, 지하여장군을 대신해‘만수무강하세요’가 쓰여 있다. 이런 글씨가 쓰인 장승을 보니 장승을 만든 주인공이 궁금했다.
3쌍의 장승을 세운 주인공은 2년 전에 작고하신 변수용씨였다.
한 동네에 살았던 처형 정미숙(64. 양리)님은 “제부는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많아 괴목, 솟대, 남근 등등, 나무로 만드는 것은 무엇이든 잘 만들었다. 동생이 미술을 잘해 디자인 감각이 있어 조언을 하곤 했다. 이곳 양리뿐만 아니라 유가 농협, 음동 길목에도 제부가 만든 장승이 있었는데 건물 신축, 도로확장 등으로 없어졌다. 제부는 고령 덕곡리 장승축제에도 작품을 출품하곤 했다.”고 했다.
사촌형인 변수동(68) 양리 이장은 “마을회관과 경로당이 없어 컨테이너를 설치해 사용했는데, 수동 동생이 이장으로 있을 때 발로 뛰어다니며 마을회관을 건립했고 자신이 직접 만든 장승을 회관 앞에 세웠다. 마을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일했으며 손재주가 많아 회관에 있는 대형 응접테이블도 손수 만들어 기증한 것이다”고 했다.
'양지바른 곳' 양리(陽里)는 비슬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곳으로 외딴집까지 포함해 40여 가구에 50여 명의 주민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정이 넘치는 마을이다. 효자의 전설을 간직한 사효자굴(四孝子窟), 천년고찰 유가사, 영화 '빨간마후라'의 주인공인 유치곤 장군 호국 기념관, 무지개 보양 돌다리 유가만세교, 하향주 등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양리 마을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의 토속신앙인 장승을 볼 수 있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우남희 기자(Woo795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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