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부인의 허밍코러스 -이 병훈- 1945년 8월 9일 11시 2분,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다. 7만여 명의 고귀한 생명들이 한순간 회오리바람처럼 역사의 흙먼지 속으로 사라졌고, 도시는 잿더미로 변했다. 원폭전시관엔 그때의 참혹함을 말해 주듯 피폭자의 두개골이 철모에 엉켜있고, 여러 개의 공병이 사람 뼈와 함께 녹아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 말로만 듣던 원폭의 폐해는 엄청난 것이었다. 자신의 이상을 전쟁으로 실현해 보려는 위정자의 흔적이 이곳에 고스란히 남아 전시되어 있고, 나는 호기심으로 그 장면을 재생해 보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이렇듯 인간의 오만과 무력함이 전시관을 가득 메우고 있는데, 우리는 그 무엇에 인간의 강함을 확인시킬 수 있는지. 잊혀져가는 역사의 끝자락을 움켜잡고 마음속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