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Family)이 뭐꼬?
전) 다사읍장 강성환
“다음 가운데 가족이 아닌 것은?”라는 질문에 “① 할아버지 ② 강아지 ③ 텔레비전 ④ 이모”의 선택지가 있다면, 유치원생이라면 ‘할아버지’라고 답할 것이다. 초등생이라면 ‘할아버지와 이모’다. 강아지는 애완동물이 아닌 ‘자식’이 된 지 오래다.
언제부터 “엄마가 외출하고 와서 밥 줄게.”라고 강아지에게 말하는 독신 여성들이 생겨났다. 2010년 모 가전업체의 ‘우리 집 막둥이’라는 텔레비전 광고가 방영되었다.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텔레비전이 가족의 일원이 된 지 오래다. 할아버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부터 강아지에게 가족의 자리에서 밀려났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의 달’에 대한 의미는 새삼스럽다. 5월은 어린이날(5일)을 비롯해 어버이날(8일), 가정의 날(15일) 그리고 부부의 날(21일) 등 따뜻한 사랑이 넘치는 기념일이 많아 ‘가정의 달’이다. 빈곤, 이혼, 가족폭력 등으로 가정이란 사랑의 보금자리가 파괴되어 가고 있다. 장기적 경제침체로 인한 ‘N포시대’에 접어들어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지 오래다. 또한, 자녀 살해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이혼비율이 늘어나고 있어 가정파괴의 도화선에 불을 댕겼다.
“즐거운 우리 집”이 성씨가 각각인 자녀, 국적이 다른 부모 등으로 구성된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다문화가정, ‘조각천보자기 가정’ 혹은 ‘무지개 가정’이다.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며 자신을 키워나가고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지 모른다.
가정이란 국가와 지역사회라는 왕궁의 주춧돌이다. 주춧돌이 부서진다면 어떤 호화대궐도 붕괴되는 건 시간문제다.
또한, 국가, 지역사회와 가정은 크기가 다른 3개의 맞물린 톱니바퀴와 같다. 각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5개의 유리 공으로 끊임없이 저글링(juggling)하는 마술사와 같다. 역할(일자리), 복지(건강), 경제(돈), 연대감(애정) 및 공동목적(철학)이라는 5개의 유리공이다. 어느 하나라도 땅에 떨어뜨리면 깨지지 않는 유리공은 하나도 없다.
삶의 환경이 변화하면 거기에 적응하는 인간의 생각과 삶도 바뀔 수밖에 없겠지만, 인간 삶을 황폐화하는 방향이라면 그것을 알고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최근엔 사랑과 인권평등을 기본으로 가정이 유지되는 것 같다. 그런데 사랑은 어디에도 없고 인권평등만이 강조되고 있다.
빈곤을 이유로 이혼은 물론이고, 인륜마저 저버린 가족살해, 동반자살 등이 빈발하고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자녀들은 가정의 보금자리에서 벗어나고 있다. 여기다가 장기적인 경제침체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연애, 결혼, 자녀출산까지 포기한 지는 오래다. 아쉽게도 미래의 꿈마저 포기하고 있다.
우리가 어릴 때를 회상하면, 시골 추운 겨울, 아버지께서 고주망태로 귀가하시는 은하삼경에 어머니께서는 때때옷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을 오려서 밥상 보자기를 만들곤 했다. 오색무지개처럼 아름다운 보자기였다. 지금 생각하니 어머니께서는 감정을 다스리는 수행이었다. 바늘에 손가락이 찔리면 피를 닦으시면서 다시금 꿰매었다. 이런 인내의 실과 노력의 바늘로 무지개보자기처럼 아름다운 가정을 이룩하셨다. 가까운 이웃 일본에서도 어머니들은 “감추면 꽃이 된다(隠すと花になる).”는 철학으로 감정을 삭이면서 가정을 지켜왔다.
가족이란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주장보다는 경청을, 강압하기보다는 설득을,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가족구성원은 개별 인격체이고, 자유의지를 가진 자연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내와 노력으로 공동운명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정의 사명이다. 서양에서도 가족이란 영어단어 패밀리(Family)는 “아빠, 엄마, 저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Father and mother, I love you).”라는 문장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가족이란 보금자리는 사랑이란 끈으로 얽어져 있다.
“가정의 큰 화목은 백 번이고 참는데 있다(百忍堂有泰和) 오늘날 다양한 사회문제는 인내심이 부족한 것이 첫 번째 원인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처럼 가족에 배려하고 참(忍)으며 살아가다 보면 삶의 최고 목표인 행복한 가정이 함께하는 인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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