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환 칼럼】
한가위 보름달에 다짐하리라!
추석 혹은 중추가절은 중국의 세시풍습에 연유한 것이라면 우리나라의 고유한 풍습은 ‘한가위’다. 신라고어로 ‘한가위’는 “가을 한 가운데”다. 신라는 오늘날 중국에서 들어온 정월정초 개념과 달리 한해의 첫날(歲首)을 동짓날로 봤다. ‘쥐구멍에도 볕드는 날’이 동짓날이다. 즉 태양의 고도가 가장 낮아 태양의 기운이 가장 낮지만 다시 왕성해지는 날이다.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했다. 열대지방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하지를 세수로 하는 세시풍습이 있다.
신라는 ‘새로운 비단(新羅)’이라는 한자명을 주변에서 부르기에 지증왕 때에 아예 국호로 정했다. 신라어로 비단은 ‘깁 혹은 사로, 서라’라고 했기에 신라를 ‘서라벌’ 혹은 ‘사로국’이라고도 했다. 일본서기에선 신라비단을 ‘신라기(silaki)’라고 했다. 일본의 국제적 교역이 왕성해짐에 따라 비단이라는 ‘실크(silk)’ 영어단어가 생겨났다. 꼭 집어 말하면 신라(sila)에서 실크(silk)가 생겼다.
신라 왕성(경주) 아낙네들의 섬섬옥수로 짠 아침놀처럼 하늘거리는 조하주(朝霞綢) 비단은 당나라, 토번(티벳), 파사(페르시아)를 거쳐 대월(로마)까지 판매되어 최상급은 로마황제의 곤룡포가 되었다. 이를 공급하고자 신라 유리왕 때는 6촌6부의 아낙네들에게 비단(길쌈)짜기 경진대회를 기획했고, 그 결승 결과에 따라 위로와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오늘날 말로는 ‘한가위 대보름날 큰 잔치’로 글로벌 페스티벌(global festival)이다. 이것을 ‘한가위(嘉俳)’라고도 했다.
이국만리 로마에까지 비단 장사를 나갔던 아버지와 오빠들은 혼자 오시지 않고 덩치가 산만큼 크고 밥을 많이 먹는 젊은 외국인(大食國人)도 데리고 왔다. 당시 유행어로는 ‘왕성엔 개도 당나라 돈(唐錢)을 물고 다닌다.’고 할 만큼 부유했다.
한편 햇볕이 가마솥에 콩 볶은 듯이 달구어진 벌판(달구벌)엔 “땡전(당전) 한 푼 구경도 못한다.”는 푸념이 넘쳤을 때 이곳 모든 젊은이들은 “에헤야 달구야. 에헤야 달구야.”라고 외쳤다. 이대로는 못살겠다는 거다. 이에 반해 “칼 대신 비단 돈지갑을 들고 세계로 나가자.”는 왕성 젊은이들의 기상은 충천했다.
심지어 신라귀족 김우징의 말먹이 종놈이었던 궁복(弓福)이는 당나라 무녕군(武寧軍) 대장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청해진에 터전을 내렸다. 꿈속에 그렸던, 신라인을 잡아서 노예(新羅奴)로 동남아에 갖다 파는 일본해적들을 ‘쥐 잡듯이’소탕했다. 또한 당나라와 베트남에 도시를 빌려서 해상왕국을 하나씩 만들어 나갔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창의적인 신라 젊은이들은 BC 19년엔 알렉산드리아 클레오파트라(여왕)에게 조하주로 이브닝드레스를 디자인하여 입혔고, 안토니오 황제 앞에서 패션쇼를 했다. 당시 위력을 짐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론 신라(sila)는 영어로는 비단(silk)이지만 터키어로는 ‘꿈의 고향’, 러시아어 혹은 파키스탄어로는 ‘권력자 혹은 대단한 위력’ 인도네시아어로는 ‘해 뜨는 아침’이라는 뜻으로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금년도 지난 8.15광복절 기념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자기비하와 비관하기보다 긍정적인 정신으로 미래를 개척합시다.”라는 안타까움을 말씀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부터 생겨난 ‘헬 조선’, ‘금수저와 흙수저’ 혹은 ‘열정 페이’, ‘갑(甲)질’이라는 용어는 자기비하이고 비관적인 푸념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올해 한가위 보름달을 쳐다보면서 칼 대신 비단돈지갑을 들고 지구촌을 작은 이웃동네처럼 주름잡았던 신라의 젊은이들의 기상을 이어받자. 그들은 끝내는 삼한일통의 위업까지 성취했다. 이젠 우리가 패배주의 정신을 떨쳐버리고, 또다시 신라의 선인들을 본받아 돈지갑을 들고 지구촌을 주름잡아야 할 때다.
前 다사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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