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과(謝過), 막판 뒤집기 기술

비슬신문 2016. 11. 2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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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謝過), 막판 뒤집기 기술


과거 추석 혹은 설날엔 천하장사의 씨름 경기가 온 국민들의 마음을 한때 사로잡았다. 특히 덩치가 대단한 선수가 허약한 상대를 눌러 뭉개려고 하는데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는 시청자는 신의 한 수를 기대한다. 이 순간에 으라차차~” 괴성을 지르는 순간 북산만한 선수의 발이 모래를 튕겨 하늘 높이 환호를 그리고, 덩치의 입엔 모래를 한가득히 물고 꼴불견을 보인다. 한편 연약하기만 했던 약골선수는 두 손을 번쩍 들고 모래판을 껑충껑충 망아지처럼 뛴다. 이것을 보던 우리는 덩달아 좋아라고 뛴다. 이것이 바로 막판 뒤집기다.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이런 고도의 막판뒤집기가 있다. 바로 사과(謝過). 사과는 알몸을 보여주면서 몸을 낮춰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이해를 받아낸다. 또한 과오에 대한 진솔한 사죄와 용서를 빌러 협조와 동참을 이끌어내는 설득이다. 따라서 이해, 용서, 협조 그리고 동참을 한꺼번에 얻어내는 최고도의 설득행위다. 우리속담에 사과는 돌부처도 돌아앉게 한다.’ 혹은 사과는 속는 것을 알면서도 또다시 속게 만든다.


씨름 뒤집기 기술에 반드시 성공할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로 덩치나 힘으로 눌러 뭉개서 처참하게 내려앉을 위기, 또한 상대방의 자만과 허영심으로 약자를 무시하는 경우, 둘째로 강자의 다 이겼다.”는 자만심과 관객이 신의 한 수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때, 셋째로 기술이란 다름이 아닌 상대방이 손을 빼지 못하게 손목을 잡거나 옆구리에 꽉~ 끼어야 한다. 넷째로 모두가 놀라게 괴성을 으라차차~’ 외치면서 한 순간에 몸을 비틀면서 거구의 덩치를 쓰러뜨려 눕혀 배위에 허약자의 등을 올려놓는다. 다섯째로 구경꾼은 덩치가 장작토막처럼 맥없이 쓰러지는 모습과 모래를 한 입 문 꼴불견을 보고 더욱 열광한다.


사과의 기술도 이와 같이 심리적 순간예술이다. 첫째로 모양새가 좋아야 한다. 평소에 겸손한 품행, 가식이 없는 언행과 진솔함이 겹쳐서 사과하는 순간에 과거의 파라노마가 겹쳐지게 된다. 옛날 국왕들이 전쟁에 져서 항복을 하는 경우는 처참하게 고두례(叩頭禮)를 올렸다. 이마로 땅을 세 번이나 꿍꿍 치고 절을 한 번 올린다. 이렇게 세 차례 비참함을 인고해야 했다. 오늘날 사과에서도 모양새가 중요하다. 두 번째로는 사과내용이다. 서양에서도 사과할 때는 i) 과오사항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ii) 과오사항에 대한 반성과 개선, iii) 관련자 문책은 물론이고, iv) 나아가 재발방지를 약속한다. iv) 마지막으로 행동계획과 거듭 사죄를 표명한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과오를 범하게 된다. 그러나 과오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는 건 발전과 성장을 포기하는 게다. 왜냐 하면, ‘새판 짜기란 다름이 아닌 사과로 헌판을 먼저 뒤집는 거다. 진솔한 사과야말로 참신한 혁신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겨울 바다에 가면 보다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바닷물이 해변으로 물려오면 모래와 몽돌들이 쏴쏴~ 일제히 아우성을 지른다. 돌과 돌이, 모래와 모래가 부딪치면서 서로가 상처를 입고 몸싸움을 한다. 그것도 잠시 물러나고 나면, 모두들은 자신의 몸 일부가 깨뜨려졌음에 분통함을 울부짖는다. 결국은 자신을 용서하고 인고하기로 다짐한다. 한편 옆 동년배들에게 낮은 목소리로 사과로 용서를 빈다. 이렇게 서로 부딪치면서 몽실몽실한 몽돌이 되었다. 무수한 사과로 자신은 원만해지고, 자기 나름의 모습을 되찾아간다.

 

강성환(전 다사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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