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그곳
낭만과 예술의 거리, 방천시장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추억과 문화, 그리고 사람이 남는 거리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 거리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등병의 편지’ 노랫소리가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한다. 대구에는 고(故) 김광석의 노래가 온종일 흘러나오는 거리가 있다. 여기는 대구광역시 중구 달구벌대로450길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다.
가족, 연인과 친구와 함께 삼삼오오 모여드는 사람들로 골목 입구부터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김광석을 추모하는 조형물 앞에서는 서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방천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다. 2009년 지나가는 사람이 극히 드물 정도로 어둡고 한산한 공간을 밝게 꾸미는 프로그램이 계획되었으며, 김광석이 대봉동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기초하여 만들어졌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의 명칭은 김광석이 1993년과 1995년에 각각 발표한 음반 ‘다시부르기’에서 착안하여 지어졌으며 ‘그리기’는 김광석을 그리워하면서(Miss) 그린다(Draw)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2010년 11월 20일 90m 구간으로 처음 열었고, 이후 계속해서 작품의 수를 늘려가서 현재 수성교~송죽미용실 350m 구간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2014년 가을 전면 재단장하여 오늘의 모습을 갖추었다.
현재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휴일에는 평균 5,000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전국에서 찾아오고 있으며 대구를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걷던 방천시장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 덕분에 낮부터 밤까지 손님을 맞느라 분주하다. 대구에서는 매년 ‘김광석다시부르기’ 콘서트를 개최하며, 대구시티투어 코스에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포함되어 있어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고 있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창작과 예술의 거리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김광석의 노래와 혼을 느낄 수 있다. 기타 하나에 혼을 담아 노래에 생명을 불어넣었듯이 그저 스쳐 지나갔던 차가운 콘크리트가 김광석의 삶과 음악을 표현한 작품들로 인해 다시 생명을 얻게 되었다. 기타모형으로 만든 의자부터 벽에 새겨진 노랫말, 김광석 얼굴을 조각한 작품 등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골목 오른쪽으로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먹거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옛 추억을 만날 수 있는 간식부터 커피 한잔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카페까지···.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추억의 문방구, 추억의 뽑기게임, 동물 캐릭터 모양으로 만든 솜사탕 등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기도하다. 그래서일까? 젊은 연인부터 나이 지긋한 중년 부부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골목 한쪽에서는 달고나에 푹 빠져있는 한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아빠와 아홉 살 딸은 달고나에 열중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범어동에서 온 이 모씨. “집이 근처라서 가족들과 자주 찾는다. 딸과 아들이 달고나 하는 것을 제일 좋아해서 올 때마다 달고나는 꼭 만들어 보고 간다. 가족과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또 다른 곳에서는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연인들이 많이 보인다. 대형 칠판에 방문소감을 열심히 적고 있는 조영현(24세), 이대영(27세) 연인은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왔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유명하다는 소문을 듣고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 생각보다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야외무대에서 펼쳐진 밴드공연도 재미있었고 특히 기타모양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기억에 남는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와보고 싶다.”라며 밝은 미소를 짓는다.
골목 중간쯤에는 기타를 들고 웃으며 서 있는 김광석을 만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김광석과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전통한옥을 카페로 꾸민 2층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내려다본 거리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작지만 아담한 갤러리, 소품을 파는 가게도 예술작품으로 보이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리.
매주 토요일 12시부터는 ‘정오의 희망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신청곡을 받아 방송하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근처 무료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고, 지하철이 가까운 관계로 접근성이 뛰어나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은 거리는 형형색색 조명이 또 한 번 생동감 있는 거리를 만든다. 문화와 예술의 거리. 낭만과 젊음의 거리, 음악이 흐르는 거리,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거리. 눈과 귀와 입이 즐거운 거리··· 여기는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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