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과 전부
세상만사는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 시작이 어려웠다면 끝내기를 잘 하면 꿀맛 같은 행복이 쏟아진다. 대부분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다. 그래서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말라고 우리의 부모님은 말씀하신다. ‘유종의 미’이란 말을 가장 좋아한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Ende gut, alles gut).”는 독일속담을 생활신조로 삼고 있다. 오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시작이 반이라면 마무리는 전부.” 마무리란 단순한 끝내기가 아니다. 결과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얻는 건 자아성취이고 행복이다.
하늘 아래 첫 동네, 산촌마을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행림옹(杏林翁)’이란 동네사람의 건강을 지켜주는 노인이 계셨다. 산야에 지천인 초근목피를 말려 약봉지를 만들어 초가집 천정 서까래에 매달아 놓았다가 아픈 주민들에게 내주었다. 쾌유가 된 사람들이 금전이나 곡식으로 사례를 하지만 극구 거절했다. 그분의 섣달 그믐날 한해의 마무리는 동네 아이들이 왁자지껄 뛰어놀고 있는 골목길에서 아팠던 아이들의 이름을 장부책에 황칠을 하면서 지운다. 건강한 모습을 봄으로써 외상값을 갚았다고 생각하고, 빙그레 웃으시면서 곧 바로 장부책을 불태워 버렸다.
마무리를 잘 한다는 건 성과만을 기다리는 게 아니다. 마무리란 첫 번째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먼저 손을 본다. 즉 현장점검, 결과예상, 중간평가 등을 통해서 시간, 재원 및 인력을 조정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결과 맞춤 계획과 행동조정이 중간에 반드시 있다. 아름다운 꽃을 보기 위한 물주기, 잡초 뽑기 및 가지치기 등의 잔손질이다. 두 번짼 일반적 마무리 과정은 평가(미비점, 시사점 혹은 교훈), 반영(환류 및 변혁), 정산(결산 및 반납), 기록보관(백서, 영상자료, 업무일지 및 결과보고) 그리고 뒤풀이(언론보도, 신상필벌 및 자축파티)를 한다.
그러나 마무리의 진수는 다음에 있다. 작업경로(career path)에 있어 성공하지 못했던 프로젝트 경험, 노하우(지식), 인맥이라도 미래자원으로는 노다지다. 개인적으로 이 노다지를 활용하여 무한한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가장 손쉽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갱신은 물론, 현장기록물과 결과물 등에 대한 사진 혹은 동영상으로 포트폴리오(portfolio) CD 혹은 팸플릿을 만든다. 이를 기초자료로 논문, 전문저서, 동영상, 예술작품을 제작한다. 필요하다면 국내외에 특허를 출원한다. 이렇게 해서 헤드헌터(head hunter)에 올려 몸값을 올리거나 보다 보수가 높은 직장으로 전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우리들은 전문가가 아니다. 지적재산권을 창출하기는 좀 어렵다. 그러나 기록유지를 통해서 자아성취와 성취감을 오래 간직할 순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뒤풀이만은 꼭 하자. 한잔하자는 게 아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과오에 사과하고, 용서를 빌며, 은혜를 입었다면 감사하자. 멋진 동료직원들에겐 축하와 위로의 말이라도 하자. 이런 소중한 경험과 추억들은 일기 혹은 메모 해놓았다가 노인이 되어 과거기억에 풍~덩 빠져보자.
이젠 산야 초목은 모두가 단풍 낙엽으로 물들고 있다. 작열했던 삼복의 태양을 감내하면서 싱싱한 나뭇잎과 향기로운 열매를 만들었던 나무들도 아낌없이 내주고 있다. 이런 자연의 섭리에 사람들도 엄숙함에 옷깃을 올리면서 연말을 향해 뭔가 쫒기고 있다. 한해를 마무리해야 한다. 예년처럼 허황하게 보냈더라도 올해만은 똑 소리 나는 마무리를 해보자. 챙긴 만큼 풍성해질 것이다. 그 만큼 행복감도 명년에 반영할 것이 많아진다. 그래서 마무리는 전부다.
전 다사읍 사무소 강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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