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산문) 안나의 길(2) 이병훈 온종일 비를 맞으며 걸었다. 네팔 히말라야 계곡 어둠이 시야 가장자리로 잦아들 때쯤 지친 몸으로 울레리 산장에 발을 들였다. 산장이라 하지만 전기도 우물도 없는 초라한 곳이었다. 촛불 속에 소박한 식사가 나왔다. 산장주인인 젊은 부부는 어린 남매를 키우며 살고 있었는데, 살림이 별반 넉넉하지 않아도 행복해 보였다. 그들 부부는 비가 오는 밤중인데도 밭에 나가 과일을 따오고 따끈한 차도 끓여주었다. 이방인의 낯설음을 풀어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도 따스했다. 내일은 고레파니를 거쳐 푼힐 전망대까지 올라가야 한다. 고산증세가 올 수도 있으니 미리 수분을 많이 섭취해 두어야 했다. 깊어 가는 습한 밤이 추위를 부추기자 까닭 없는 서글픔이 피곤에 젖은 침낭 속을 헤집고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