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환 칼럼】
“휴가, 네가 효자이고, 애국자다”
1970년대 “개미와 베짱이”란 이솝우화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적이 있었다. 개미처럼 성실하게 일하고 저축해서 노후빈곤을 대비하자는 교훈의 우화다. 당시 어려웠던 우리나라 경제상황에서는 절약, 근면 그리고 저축을 덕행으로 여겼다. 종이 한 장까지 아껴 쓰고자 편지지에 띄어쓰기를 하지 않았고, 앞·뒷장은 물론이고 여백에까지 가득 채웠다. 심지어 법원 판결문에도 오탈자가 생기면 본문을 바로잡아 쓰고 여백에 “일자 정정(壹字 訂正)”을 표기하고 도장을 찍었다.
2001년 3월 21일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님이 별세하자 “구멍이 난 양발을 꿰어 신었고, 1970년대 생산한 흑백텔레비전을 보셨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검소, 절약해 저축(투자)한 돈으로 경제개발의 기반을 마련했다. 2008년 10월 2일 탤런트 최진실 씨가 사망하자 언론에서 “왕소금 짠순이” 혹은 “저축의 여왕”이라고 극찬했다.
근검, 절약 및 저축을 지금도 대부분 국민들은 미덕으로 생각한다. 이에 따라 산업체는 물론 국가기관까지도 휴가를 가지 않고 일만 하기를 바랐다. 아예 휴가를 간다는 걸 죄악시 했다.
지난 6월 30일 서울남부지검 초임 김 모 검사가 부장검사의 언어폭력 등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다가 자살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직기강이 엄격한 국가기관에선 상사의 언어폭행은 다반사였다. 관리능력은 곧바로 잔소리 능력이었다. 즉, 부하직원을 달달볶아서 실적을 내는 것이다. “일도 못하는데 무슨 놈의 휴가를 간다고?”라는 말 한 마디로 부하직원의 휴가신청은 단박에 ‘부결’이 된다. 심지어 부모상을 당해도 상사와 소통되는 동료직원을 통해 결제를 받기도 한다. 2013년 2월 25일 출범한 박근혜 대통령도 “공무원들이 언제 골프 칠 시간이 있나요?”라고 말씀하신 것이 지금까지 골프금지령이 되고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휴가(휴직)를 죄악시하고 있으며 법정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비율이 여성은 50%, 남성은 14.5%에 지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지난 5월 전경련에서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고, 국무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생산을 해놓은 제품이 팔리지 않고 재고만 쌓여가고 있어 소비 진작이 필요하다는 게 전경련의 애로사항이었다. 5월 6일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결과 롯데백화점에서는 작년 동기간보다 매출이 54.7%가 증가했다. 관광산업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4% 증가했으며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이 더 늘어났다. 중국여행은 32.8%, 동남아여행은 17.6%나 증가했다. 경제효과가 무려 1조 3,100억원이나 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결과로 전경련에서는 8월 15일 광복절을 전후에서 임시공휴일을 또다시 요청했다.
이젠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 버전이 과거와 다르다. “개미가 못 먹고 일만 하다가 허리가 부러져서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데 한류스타가 된 베짱이가 친구가 입원한 병원에 와 위문공연을 하고, 치료비까지 대신 지불한 뒤 ‘친구야, 인생은 일하는 게 아니라 즐겁게 노는 거야.’” 라는 말과 웃음을 남기고 간다.
우리 경제도 이제는 근검과 절약(저축)이 미덕이 아니다. 일할 때는 일을 하더라도 건전한 휴가를 즐기면서 사람답게 소비도 하고 문화를 향유해야 한다. 이제는 소비가 애국이다.
휴식은 일상으로부터 일탈이다. 2004년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현대카드의 슬로건처럼 휴가는 자신에 대한 보상이다. 아무리 쇳덩어리라도 한계피로에 도달하면 파손된다. 지구상에 가장 힘이 센 코끼리도 마지막 깃털 하나에 허리가 부려진다. 이런 불상사를 당하기 전에 자신을 보살피는 게 지혜롭다. 휴대폰도 다 방전되기 전에 충전하고, 자동차도 기름통이 바닥을 드러나기 전에 주유하자. 우리 경제도 장기침체와 대공황이 오기 전에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
올 여름 해외여행, 국내여행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소홀했던 고향 부모님을 찾아뵙자. 선물도 준비하고 집안 가족 다들 모여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자. 오가는 길에 아내의 손도 잡아보자. 부모님의 거친 손도 한 번 따뜻하게 잡아 드리자.
강성환(前 다사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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