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식증
거식증(拒食症)이란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拒’자가 막다 거부하다란 뜻이다. 난 ‘拒’자가 거대하다는 ‘巨’로 알고 많이 먹는 증상인 줄 알았다. 다이어트를 하다보면 ‘거식증’, 즉 음식을 거부하는 증상이 생긴다는 것인데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었다. 배에 기름이 차니깐 별 이상한 일이 다 벌어지는구나 싶었다. 보리고개가 기억나는 중장년 나이에 사람들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인간에게 존재하는지 조차 처음 알았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내 사전엔 그런 단어란 없다. ‘체했다’라는 단어도 없다. 우리 집 애들이 다이어트에 돌입했단다. 물론 얼마가지 않을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안다. 다리 밑에서 주워온 애들이 아니라 나의 순수혈통을 이어받은 친자이기에 음식을 거부할 수 있는 유전자가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일인 일닭’을 고수하고 수박을 남겼을 때 비닐포일에 싸지 말고 잘라서 용기에 보관하라는 뉴스내용을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집이다. 겨우 수박한통을 남긴다는 것은 우리 집에선 단체 설사가 나지 않는 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거식증의 진단명은 ‘신경성 식욕부진증(anorexia nervosa)’이다. 살을 빼려는 강박적 행동이 체중 집착, 살찌는 두려움으로 인해 먹는 걸 거부하는 것이다. 심하면 죽는 사례까지 있다. 먹고 토하기를 반복하는 폭식증(暴食症)을 동반하기도 한다. 먹을게 넘쳐나고 방송마다 ‘먹방’이 대세이다.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까 난리도 이런 난리가 아니다. 맛 집 찾아다니는 유행은 숙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시대의 조류에 역행하는 행동인 다이어트를 하겠다니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다. 통통한 사람들이 마른사람보다 병치레 덜하고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이 자꾸 생각난다. 무리한 다이어트는 건강한 해칠 뿐 살아가는데 큰 도움은 절대 안된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한다.
주치의114 대표 노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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