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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난 진상환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비슬신문 2015. 9. 2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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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난 진상환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거 그냥 달아 드리는거에요. 지금 빼고 그냥 가시면 되요.”

 

링거를 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말을 한다. 젊은 아가씨가 간호사 아니 간호조무사인지 잘은 모르겠다 만은 말을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만약 간호사라면 상당히 혼이 나야 할 발언을 하는 것이고 간호조무사라면 아직 교육을 많이 받아야 할 정도로 얼빠진 소리를 하는 것이다. 링거는 그냥 포도당 아니면 아미노산일 경우가 많지만 무조건 다는 건 절대 아니다. 이 아가씨가 누굴 잡을 소리하나 싶어 성분을 물으니 우물주물이다. 카트로 들어가고 있냐고 물었더니 이해조차 못한다. 우리나라 의료계가 지금 이 지경이다. 간호학원이 정신 차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링거수액은 한 종류가 아니다.

생리식염수, 포도당 수액, 아미노산 수액, 비경구영양 수액(TPN) 등이 있고 그 성분도 단일성분으로 보다는 여러 가지 성분을 섞고 여기에 필요한 경우 약물을 섞어서 투여하기도 한다. 이는 목적에 따라 그 성분과 사용방법, 투여량 등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이다. 1차 의료기관에서는 특수한 의료기관 몇 개를 제외하곤 거의 입원실조차 없다. 30병상이상 입원실이 있다는 것은 가벼운 증상이라기보다는 링거를 꼭 맞아야 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는 것만 말하고 아는 척해서는 절대 안된다.”

 

병원 직원들이 필히 알아야 할 수칙이다. 마치 자기가 의사인 냥 주절거리는데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떠한 병의 진행과정은 환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걸 이런 이렇고 저건 저렇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환자도 마찬가지이다. 어디 인터넷 뒤지거나 지인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를 마치 진실인 냥 주절주절 거리는 걸 보면 한심하기 이를 때 없다. 자기가 다 알면 병원에 왜 왔나 모르겠다. 채식하고 운동하면 다 나을 병을.

당뇨환자에게 포도당 링거를 달면 될까 안될까? 링거 맞아 혈액량이 갑자기 증가하면 어른들에겐 좋을까 나쁠까? 링거 하나 맞는데도 다 돈이다. 환자 몸에 아무런 영향도 없는 링거는 없다. 다 이유가 있으니깐 다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에게 말을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환자와 의료기관 간에 불신은 바로 그런 생각 없는 말 한마디에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장이 나와 자초지종 이야기를 하면서 머리를 조아린다. 졸지에 난 진상이 되어 버렸다.

 

주치의114 대표 노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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