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륨을 낮추면 귀를 기울입니다

볼륨을 낮추면 귀를 기울입니다

-선진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위한 첫걸음, 소음기준 준수

 

크고 작은 일련의 협상에서 설득은 필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설득’이란 상대편이 자신의 이야기를 따르도록 말하는 방법을 뜻하는데,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설득의 기술’로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 중 파토스는 청중의 감정과 욕구에 호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훌륭한 연사라 하더라도 청중의 감정과 욕구에 반하는 말은 ‘설득’이 아닌 소음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위 설득의 논리를 집회시위문화에도 적용해보자. 집회·시위 또한 다수인이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협상의 과정이며, 그들의 ‘상대편’과 하고픈 ‘이야기’는 반드시 존재한다. 또한 집회의 청중은 일반 국민들이 될 것인데, 볼륨이 너무 높은 ‘이야기’는 국민들의 반감을 사는 소음일 수밖에 없다.

 

집회 주최 측에서는 소음을 집회의 당연한 결과물이라고 여겨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아무리 옳은 의견을 타진한들 시끄럽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현장은 평범한 개인에게 불편함을 준다. 집회시위의 자유가 헌법상 명시된 기본권임은 틀림없지만, 타인이 가진 또 다른 헌법상 기본권을 무시하면서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아니다.

 

지난해 ‘장송곡 시위’로 인한 이명·스트레스 증상을 검찰이 처음으로 ‘상해죄’를 인정해 기소 조치한 사례가 있었다. 또한 법원에서도 여론을 반영한 듯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을 발생시키는 것은 위법한 위력의 행사로서 정당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판시를 내린 바 있다. 이처럼 집회로 인한 소음은 관행이 아닌 응당 규제해야할 대상이다.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 수준이 심각하다는 인식은 11년도 이후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해 지난해 4월 소음관리팀이 신설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22일부터 ‘소음’ 부분이 개정된 집회시위에관한법률 시행령이 시행 중이다.

 

주요개정내용으로는 광장·상가의 소음 기준을 주간 75dB, 야간 65dB로 각 5dB씩 강화했으며, 종합병원·공공도서관에도 주거지역의 소음기준인 주간 65dB, 야간 60dB을 적용하여 장소의 특수성에 따라 기준을 강화했다. 또한, 기존 집회소음 측정 시 ‘5분씩 2회 측정하여 산출 평균’하던 것을 ‘10분 1회 측정’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위반할 시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처벌받게 된다. 법 개정과 더불어, ‘합법촉진·불법필벌’ 기조아래 평화적 집회시위는 최대한 보호하지만 불법행위는 강력 대응하고 있다.

 

우리 대구지역에서도 지난 4월 24일, 민주노총 1차 총파업 결의대회 집회에 참가했던 2500명이 행진 중 범어네거리를 1시간가량 점거해 교통이 마비되고 확성기·앰프 사용에 따른 소음으로 시민불편이 초래된 일이 있었다. 그 시각, 각종 교통 불편 신고와 소음 민원이 폭주했고 불법집회 주도혐의로 민주노총 간부 3명이 구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볼륨을 낮추면 귀를 기울입니다.”는 지난 집시법 개정 당시 캐치프레이즈였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과도한 소음은 국민들의 공감을 잃어, 결국 주최 측 또한 기존의 목적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회 주최 측, 국민, 경찰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허용된 ‘선’을 지켜, 작은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큰 울림으로 전하는 아름다운 선진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대구지방경찰청 제9기동제대 경장 김다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