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네라
포산중, 예술의 고향 통영으로 떠난 인문학 기행
포산중은 2일, 교사와 학생 36명이 예술의 고향인 통영으로 인문학기행을 떠났다. ‘토지’와 ‘김약국의 딸들’ 등 수많은 작품을 쓴 소설가 박경리를 만나고, ‘깃발’, ‘행복’ 등을 쓴 청마 유치환을 이해하고, 불굴의 정신 소유자 이순신의 발자취를 만나기 위해 의미 있는 기행을 떠났다.
인문학 기행에 앞서 모둠별로 박경리와 유치환의 작품 세계를 공부하고, 작품을 읽고 줄거리를 조사하여 발표하는 기회를 가졌다. 다른 모둠의 발표를 경청한 후에 퀴즈를 풀면서 인문학 기행에 대한 기초를 닦았다. 또한 모둠별로 유치환 시를 외워서 낭독함으로써 문학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갔다.
박경리기념관에서 만나는 그분의 친필의 원고, 늘 가까이 쓰던 재봉틀, 손수 만든 누비옷, 채마밭으로 향할 때 들던 호미, 책 더미 속에 찍은 사진, 시인으로 출발하여 소설가로 마감한 그분의 삶을 만났다. ‘문학을 사랑하는 청소년에게 남긴 글’ 앞에서 아이들은 작가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지 발걸음을 멈췄다. 숱한 말 중에서 한두 가지씩 옮겨 적는 아이들의 모습이 곱다. 때마침 밖엔 비가 내리고 아이들의 마음에도 감동이 촉촉하게 스며드는 것 같았다. 기념관을 떠나 박경리 묘소 상석 앞에 들꽃을 올렸다. 길가의 고운 꽃을 올리는 마음이 9월의 잔디만큼 가지런하고 싱그럽다. 수돗가, 넓적바위, 가는 길섶마다 그분의 말씀이 새겨져 있다. 아이들은 그 앞에서 한순간을 영원히 사진으로 남겼다.
버스 안에서 유치환의 ‘깃발’, ‘너에게’ 시를 낭송했는데 마침 문화해설사가 그 시를 소개하여 함께 외웠다. 흙담 아래 옹기종기 모여앉은 꽃들 앞에서 우리는 유치환의 이야기를 들었다. 푸른 하늘, 멀리 내려다뵈는 통영 바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 그 사이에서 아이들은 유치환의 이야기를 낭랑한 목소리로 시를 외웠다.
인문학에서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에 중점을 둔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아이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다. 똑같은 이야기를 교실에서도 수없이 들었건만 작가의 무덤이나 생가 앞에서 듣는 문학이야기는 훨씬 더 깊은 감동과 여운을 주는 것 같다.
이서현(3학년) 학생은 “사전에 모둠별로 인터넷으로 조사를 하고 책을 읽은 후에 설명을 듣고 관람하니까 이해가 쉬웠어요. 특별히 박경리 선생님의 글쓰는 게 일하는 것이란 말이 깊이 와 닿았어요. 그분의 유품에서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듯 친필로 원고를 써가던 모습이 눈에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묘소가는 길에 야생화를 묘소의 상석에 올렸는데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았고,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바다처럼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별히 세병관에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통해 역사 시간과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무예를 현장에서 보고, 무예 실습과 활쏘기 등을 배울 수 있었다. 팽팽한 화살이 과녁에 꽂히는 순간, 아이들의 감동이 찌릿하게 전해 왔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마니또 놀이를 확인하고, 그간의 활동을 시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를 챙겨주고, 모둠별로 힘을 합쳐 활동을 하면서 우정도 쌓아가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유치환의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노라’는 말을 가슴에 안고 돌아오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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