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자 응대는 아직도 경찰의 서비스 영역”

“주취자 응대는 아직도 경찰의 서비스 영역”

 

대전의 한 지구대, 새벽 2시경 술에 취한 남성 2명이 지구대로 들어선다. 대구 가는 첫차를 타야한다는 이 남성들은 2시간 동안 쉴 곳을 찾는다. 모텔과 찜질방 등 경찰관이 휴게 시설을 안내하던 중, 한 남성이 “여기서 쉬었다 가자”라는 이 말 한마디는 엄청난 일을 가져 오게 된다. 이때부터 시작된 경찰관과 주취자들의 실랑이... 상황근무를 하는 경찰관에게 일은 하지 않는다는 시비, 여경에게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 여기서 쉴 수 없다는 말을 듣자 112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상황실 직원에게 항의를 하는 등 남성들의 소란은 2시간이 지나자 끝이 난다. 2시간 동안 이 남성들을 응대하느라 다른 민원인은 응대하지 못하였고 이 남성들을 말리기 위해 많은 직원들이 동원되었다. 항상 5분 대기조처럼 대기를 하다 즉응대처를 해야 하는 경찰관들에게 이 2시간은 엄청난 낭비일 것이다.

2013년 3월 22일 경범죄처벌법 일부 개정으로 ‘관공서 주취소란’이 신설됐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관공서 주취소란 시 60만원의 벌금 등으로 처벌하도록 했고, 주거가 확실한 경우에도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게 됐다. 현재는 관공서 주취소란으로 처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위에 따라 공무집행방해죄, 모욕죄 등으로 강력하게 의율하고 있다. 또한 형사입건을 비롯하여 경찰관의 정신적, 물질적 손해에 대해서 소액심판, 지급명령 등 민사상 손해배상도 적극 검토, 제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관공서에서 주취자들의 소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법 제정의 효과가 미비해 보인다. 관공서 주취 소란은 엄연히 범죄 행위이지만 주취자를 응대하는 것이 여전히 경찰의 서비스 영역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만연한가 보다.

여러 가지 항목으로 처벌하는 것도 좋지만 법을 강력하게 제정하여 하나의 법률로 처벌 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효율적일 것이다. 엄격한 법제정만이 능사인 것은 아니지만 범죄에 따라 엄격한 법제정이 필요하기도 하다.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주취소란은 범죄행위임을 모두가 각인함과 동시에 엄격한 법이 필요하다는 인식 또한 가져야 할 것이다. 주취자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진정 경찰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생명·재산·신체를 보호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과연 누가 져야할까?

 

화남파출소 순경 나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