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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락 좋을 시고 ‘동편제 수궁가’의 명맥을 잇는 김선화 명창을 만나다

비슬신문 2023. 6. 2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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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락 좋을 시고

동편제 수궁가의 명맥을 잇는 김선화 명창을 만나다

 

문학은 크게 기록문학과 구전문학으로 나눌 수 있다. 기록문학은 기록으로 전해져 오는 문학을 말하며, 구전문학(口傳文學)은 말 그대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문학을 말한다. 입으로 전해져 오는 문학이라고 모두가 구전문학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일정한 형식을 갖춘 것을 말한다.

기록문학은 시·수필·희극을 들 수 있고 구전문학으로는 설화· 민요·무가· 판소리·민속극·속담·수수께끼를 말한다.

 

이번 지면에는 자칫 잊힐지 모르는 우리의 소리인 동편제 판소리 수궁가를 완창한 영남판소리보존회 달성군지부장이며 사단법인 우리소리문화보존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선화 명창을 만나 판소리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판소리를 소개해 주십시오

우리 고유의 음악인 국악 중 민중들이 즐기던 소리가 민요, 농악, 판소리, 산조 등이 있다. 판소리는 부채를 든 1명의 창자(唱者)가 고수의 북 장단에 맞춰 소리인 창, 사설인 아니리, 몸짓인 발림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엮어가는 극적 음악을 말한다.

원래 판소리는 12마당으로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변강쇠타령, 배비장타령, 강릉매화타령, 숙영낭자전, 장끼타령, 옹고집타령, 왈짜타령이 있었으나 지금은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5바탕만 전한다. 남도지방에서 형성되었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무대예술로 변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다. 2003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동편제, 서편제라고 하는데 어떻게 구별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서편제의 구별은 섬진강을 기준으로 한다. 동쪽인 구례와 남원 등지에서 불린 것은 동편제로 기교를 쓰지 않고 경쾌하게 올리며 짧게 끊는 것이 특징이고 서편제는 섬진강의 서쪽인 보성, 광주, 나주 등에서 불린 판소리로 화려한 기교를 쓰며 끝소리를 길게 빼고 끝을 내려서 끊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를 거치면서 동편제와 서편제를 구분하지 않는다. 수궁가는 동편제의 계보로 남성적 기질이 강하고 선이 굵은 것이 특징으로 여자 소리꾼이 내기에는 어려운 판소리다.

 

수궁가를 완창하셨다고 하셨는데 완창이라면?

완창은 끝까지 부르는 걸 말한다. 판소리의 종류에 따라, 명창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물론 한 번도 쉬지 않고 부르는 건 아니다. 1, 2부로 나뉘며 10여 분의 휴식 시간도 있다. 수궁가는 별주부타령, 토별가로도 불린다. 구전으로 전해오듯이 용왕이 병들자 약에 쓸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자라가 세상에 나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리고 가지만 토끼가 꾀를 내어 용왕을 속이고 살아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판소리로 짠 것이다. 여러 대목으로 구분되는데 용왕 진맥하는 대목, 토끼 화상 그리는 대목, 범 내려오는 대목, 상좌 다툼 대목, 수궁풍류가 일어나는 대목, 토끼가 다시 살아나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어떤 공연이든 무대에 오르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하지만 판소리는 오직 북 장단으로 하는 일인 종합예술이기에 장시간 소리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완창하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다.

어렵지만 완창을 하게 된 계기는 자칫 잊힐지 모르는 우리 소리와 멋을 대중들에게 알릴 뿐만 아니라 그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판소리를 하게 된 계기라면?

부산에서 태어났다. 소리의 길을 택한 지 30여 년 되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국가무형문화재 명창 송순섭 선생님의 공연을 보았다. 친구들은 지겨워하는데 저는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 그 길로 3년 동안 선생님의 집을 내 집같이 드나들며 공부했고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물론 집에서는 반대가 너무 심해 소리를 잠시 떠나기도 했지만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끼를 주체할 수 없었다. 30대 후반에 결혼하면서 대구로 올라왔고 다시 소리의 길을 찾았다.

힘 있는 목소리가 서편제보다는 동편제에 어울린다는 은사의 말씀에 따라 대구시 무형문화재인 이명희 명창 선생님을 내 발로 찾아가 지도를 받고 전국 국악 경연대회에서 판소리 명인부 대상과 종합최우수상 등 상을 휩쓸었다. ·군 국악 무대와 산사음악회, 국악 경연대회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2019년 흥보가 완창 발표회를 앞두고 스승 이명희 선생님이 돌아가셨는데 그때 완창 발표회를 갖지 못하고 완창하여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 등록만 마쳤다. 그 전 동편제 수궁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인 명창 박양덕 선생님의 이수자가 되었으나 흥보가 이수로 인해 보류하고 있었던 것을 2022년 김화자 선생님의 도움으로 수궁가 완창 무대를 가질 수 있었다.

다소 늦은 나이에 판소리를 시작했으나 첫 입문을 국가무형문화재 송순섭 선생님께 심청가를 배웠고 전라북도무형문화재 박양덕 선생님께 수궁가를, 대구시 무형문화재 이명희 명창께 흥보가를 이수하였다. 좋은 선생님 밑에서 전통의 올곧은 소리를 30여 년에 걸쳐 수궁가, 흥보가를 완창할 수 있어 뿌듯하게 생각한다. 항상 전통소리를 계승·발전시키는데 힘써왔으며 2022년 사)우리소리문화보존회 정식등록을 마쳤다.

 

무형문화재 등록을 위한 절차와 명장이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우선 판소리 한바탕 이상을 완창하여야 하고 명창의 소리임을 대회를 통하여 검증받아야 하며 무엇보다 전통판소리의 계승·발전을 위한 후학양성의 기여도가 중요하다.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전통동편제 소리로 흥보가는 대구시 무형문화재 제8호 보유자인 이명희 스승님에게, 수궁가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 수궁가 보유자 박양덕 스승님으로부터 전통동편제 판소리 2바탕을 이수 받았다. 앞으로 심청가까지 배워 5바탕 중 3바탕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동편제 수궁가로서는 대구·경북지역에는 유일해 길을 터놓아 후학 양성에 이바지하고 싶다.

다가오는 819, 달성문화원에서 개최하는수궁가 뮤지컬과 하다무겁고 지루할 수 있는 전통판소리의 통념을 깨고 우리 전통문화 예술이 대중적이고 친근하며 신명 나는 재미와 볼거리가 있다는 것을 접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니 많은 관심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전통만 고집하여 아무도 찾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소중한 전통소리를 지키면서 대중들이 외면하지 않고 발전시켜 나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 소리꾼의 한사람으로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김선화 이사장은 달성여성문화복지센터에 판소리교실을 열어 전통소리의 보급에 힘쓰고 있다.

우남희 기자(Woo795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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