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가 만화로 다시 태어나다!
웹툰 작가 채연수씨를 만나다..
필자는 어렸을 때 만화를 많이 봤다. 한 번 빌리면 이웃에 사는 언니가 빌린 것과 돌려가며 보느라 대출날짜를 제때 맞춘 적이 없었다. 화난 만화방 주인이 대출하지 않겠다고 해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빌리러 갔던 기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 당시 시골에서 주된 볼거리가 만화책으로 용돈의 대부분을 투자했었다.
예전에 비해 만화를 읽는 독자층이 넓어졌다. 인터넷을 통해 연재하는 웹툰이라 분량이 짧고 재미있어 장소불문하고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면에서는 웹툰 작가로 활동하는 채연수씨를 만났다.
웹툰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 생각 없이 낙서하듯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낙서하듯 그린 그림을 보고 친구들이 잘 그렸다고 칭찬하기에 처음에는 빈말인 줄 알았고, 그러면서도 ‘이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1999년 무렵, 출판문화의 붐으로 전국에 애니메이션 학과가 유행처럼 생기게 되었고, 대구 경북에서도 애니메이션 학과가 생겼는데 제가 1기생으로 입학하게 되었다. 졸업 후, 학습만화의 붐으로 학습만화를 그렸다.
그 당시 100% 수작업으로 하던 출판문화에서 50%는 수작업, 50%는 컴퓨터 작업으로 만화가 발전해가는 단계였다. 그때가 웹툰을 처음으로 시작했던 과도기였다고 볼 수 있다. 유행을 쫓아 웹툰을 시작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러던 중 성인 웹툰 회사에서 연락이 와 성인 웹툰을 하자고 권했지만 자존심이 높았던 20대라 거절하고 건전한 학습만화만 고집했다. 그러다보니 수입이 들쭉날쭉하고 출판사의 무분별한 학습만화 가격 후려치기에 환멸을 느껴 수입이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근무하게 되었다.
결혼하고 육아휴직 중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해 푸념조로 인터넷에 쓴 글을 어느 출판사에서 읽고 에세이를 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고 T스토어에 연재하게 되었다.
그렇게 웹툰과 가까이 가나 싶었다. 허나 수입이 생각했던 것보다 적어 재테크에 빠지면서 웹툰과 또 멀어졌다. 그러다가 코로나로 집안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다시 만화 쪽을 기웃거렸다.
만화를 그렸다가 그만두기를 반복한 세월이 15년 정도 되었다. 또다시 마음을 다잡고 무작정 그리자며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쓴 작품을 소개한다면?
▶15년 전에 했던 작품으로는 학습만화가 주를 이루었다. 널리 알려진 작품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소설 “오싱”과 “WHY”의 초창기 시리즈를 교수님과 함께 하였고, T스토어에 연재한 것은 “우당탕탕 남편과 나” 라는 작품을 에세이로 연재 했었다.
난 자극적이고 인스턴트 같은 작품 보다는 은은한 수채화, 봄에 소리 없이 오는 보슬비나 담백한 삼치구이 같은 남녀노소 누구나 볼 수 있고 가슴 따뜻해지는 작품을 그리고 싶어서 그냥 우리 가족이야기를 그리게 되었다. 소위 “일상툰”이라고 많이들 부르는 에세이 같은 작품이다. 제목은 말 그대로 “가족입니다.” 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남편 소팔복, 아내 김은지, 아들 소지욱과 업둥이 고양이 누룽지다. 소팔복과 김은지는 동네에 잠시 머물고 계시던 스님께서 만나게 될 운명이라고 첫화에 점지해 주신다. 실제로 나는 남편과 그렇게 만났다. 눈치코치를 밥 말아 먹고 없는 숙맥이었던 소팔복과 한 성깔 하는 김은지가 만나 결혼하고 아들을 낳고 길냥이와 같이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이자 우리들의 이야기다.
작품의 내용들은 요즘 보기 드문 이웃 어른과의 관계, 자연, 교훈, 육아, 부부간의 배려 등등이 들어가 있다. 왜냐하면 내가 클 때처럼 아이를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골로 이사 와 살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시골의 특성상 동네 분, 이웃할머니, 고라니, 메뚜기, 뱀 같은 동물들, 집 앞의 냇가라든지 시골 초등학교 논, 밭들이 등장한다. 한마디로 시골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아이의 일상이 많이 그려진 작품으로 도시의 아이들은 내 웹툰을 통해 자연에서의 생활을 간접적으로나 경험할 수 있다.
소팔복은 치맥을 좋아하고 단순하고 자상한 성격의 소유자로 실제로 내 남편이다. 남편의 외형과 내형을 그대로 박아 넣었다. 의외로 독자 분들께 인기가 많은 소팔복이라 남편은 좋아하고 있다. 김은지도 내 성격을 그대로 박아 넣었다. 김은지도 나름 인기가 좋아 만족한다.
2021년부터 네이버 도전 만화를 시작으로 지금은 한 단계 위인 베스트 도전 만화에 꾸준히 연재하고 있다.
작품 활동하면서 힘들었던 점과 기억에 남는 점은?
▶물이 올랐다고나 할까? 웹툰을 그릴 시간이 없을 때가 힘들다. 가령, 나를 비롯해 가족들이 아플 때나 가족 여행, 가정 내 행사가 있을 때다. 작년에는 다시 공부하고 싶어 만학도(42세)로 대학에 다시 진학했다. 직장을 다녀야 하는지라 더 바빠졌지만 좋아하는 일을 해서 그런지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큼은 즐겁게 살고 있다.
그래서 웹툰을 주 2회 연재하다가 주 1회로 바꾸었다. 몸이 아프거나 명절이거나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면 그냥 독자 분들께 솔직하게 휴재한다고 공지 올리는데 독자들도 이해해 마음이 편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아 좋다. 이번 주 올라가는 웹툰도 휴재를 할 예정이다. 아들이 독감에 걸리더니 나까지 걸렸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좋아하는 웹툰 작업만 하며 살기를 희망한다.
작품의 분량은 어느 정도 되며 며칠 만에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하는지?
▶작품의 분량은 한 이야기가 24컷으로 마무리 된다. 매주 월욜 스토리와 큰 틀을 짜고 화, 수, 목요일엔 각 8컷씩 그려 금요일 24컷을 편집해 게재한다. 독자층은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니기에 나이와 성별에 편중되지 않고 폭넓다고 할 수 있다. 회당 조회 수는 1만 여회다. 특별히 홍보는 하지 않고 인스타나 블로그를 통해서 홍보하고 있다.
가끔 웹툰 페어에도 나가고 공모전에도 나가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직장인으로서 제약이 없지 않지만 아이가 자는 시간을 택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굳건한 목표라도 삶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채 작가의 경우도 숱하게 흔들리며 피고 지다가 오늘에 와서야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웹툰이라는 한 그루의 든든한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음이다.
수채화 같은 삶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기에 오래도록 사랑을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우남희 기자(Woo795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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