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의 최대 서식지, 대명유수지
달성습지 생태학교 석윤복 위원장을 만나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당신의 긴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드리우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온전히 무르익게 하여
마지막 단맛이 진한 포도주 속에 스며들게 하십시오. (릴케의 ‘가을날’ 부분)
강둑에 서서 대명유수지를 바라보니 릴케의 시가 생각났다. 그의 시에서처럼 남국의 햇볕을 조금만 더 받으면 유수지는 억새의 물결로 도심에서 가장 가을의 정취를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대명유수지는 성서공단이 조성되면서 홍수로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저수 목적으로 만들었다. 이곳이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2급인 맹꽁이의 최대 서식지로 알려진 건 생태학교 운영위원장인 석윤복 선생(78. 화원읍)에 의해서다.
이번 지면에서는 달성습지 환경 지킴이로 맹꽁이 박사이자, 1980년부터 독학으로 식물을 공부하여 식물 박사나 다름없는 그를 만나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에 대해 들어볼까 한다.
![](https://blog.kakaocdn.net/dn/HBg4V/btsJ269oubY/OxIvBzrDAvL0Vd5FEaVK20/img.jpg)
대명유수지 맹꽁이에 대해 설명하는 석윤복 선생
생태에 관심 가지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교정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15년 동안 심리검사를 전담했습니다. 선배의 부탁으로 청소년 인성교육원에서 상담을 도와주다 녹색소비자연대에서 생태지도자양성과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1년 연수 과정을 거쳐 생태지도자로 ‘앞산숲속학교’에서 생태해설사로 활동하였습니다. 교정공무원으로 재직 중이었던 1970년 ‘자연건강동호회’를 결성, 약초 및 식물공부를 하였으며 퇴직 후, 한국산림생태연구소 전문위원으로 위촉되어 백두대간 희귀식물조사에 1년 동안 참여하였고, 2007년 프랑스 세느강을 모델로 삼아 대구에서 처음으로 ‘신천에스파스’라는 환경 사회적기업을 만들었습니다. 그곳에서 근무하다가 2008년 달성습지 관리소로 오게 되었습니다.
달성습지가 1989년 국제자연보전연맹에 의해 세계습지목록에 등재되었는데 람사르 습지에 등재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람사르 협약은 습지에 관한 최초의 국제협약입니다. 1971년 이란의 물새 서식처인 카스피해 연안 람사르(Ramsar)에서 체결되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람사르 습지에 등록된 우리나라 습지는 모두 26곳입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달성습지가 국제자연보전연맹에 의해 세계습지 목록에 등재되었으면서도 람사르 습지에 등재되지 못한 것은 환경부 멸종위기 2급인 흑두루미가 도래하지 않아 겨울을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순천만에 7마리, 달성습지에는 3백~5백 마리가 월동해 인근의 주민들이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잘 정도였는데 성서공단이 조성되면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사라진 흑두루미를 유치하기 위해 개방형 습지를 조성한 후, 수생식물을 심었는데 태풍 매미가 왔을 때 다 떠내려가고 말았습니다.
2000년부터 3년에 걸쳐 인공습지인 개방형 습지를 조성하여 오염된 금호강 하류 물을 끌어들여 정화 시키고 흑두루미를 오도록 했는데 폐쇄형 습지는 미완성이라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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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 습지에 대해 기자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현 상황은 어떤지 말씀해 주십시오
▶달성습지는 낙동강, 금호강, 진천천, 대명천이 만나는 지점으로 다사읍, 하빈면, 화원읍 구라리, 고령군 다산면 일대까지 약 4㎢ 규모로 형성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최대 홍수범람형 하천 습지입니다.
흑두루미뿐만 아니라 희귀 조류가 오도록 철새 먹이터를 조성하였습니다. 조성 후, 멸종위기 1급인 황새, 따오기가 오고 큰기러기,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가 왔습니다.
봄이면 갓꽃으로 노랗게 물들고, 여름에는 기생초, 가을에는 억새와 갈대, 겨울에는 철새와 흑두루미, 재두루미가 도래하고 삵과 수달도 볼 수 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달성습지에서 대모잠자리가 관찰되었습니다. 4월~6월까지만 볼 수 있는데 교미가 끝나면 암컷은 홀로 저수지를 날아다니며 수면 위를 치듯이 산란합니다.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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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천에 나타난 수달 -석윤복 제공-
지금까지 달성습지에서 환경부 멸종위기 1, 2급 생물 중 수달, 수리부엉이, 토종 거북이인 남생이를 발견하였으며 7월엔 맹꽁이 유생이 대량으로 이동하는 것이 발견되어 달성군의 습지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뉴트리아(우루사 성분이 많아 사람들이 보면 잡아가는데 2008년에 달성습지에 도래), 황소개구리, 노랑부리저어새(황소개구리, 올챙이 먹기 위해 유수지에 옴), 붉은귀거북이(새끼 때는 작은 물고기 먹고 크면 채식), 남색이마잠자리(동남아, 인도에 서식하던 것이 대구가 아열대 기후가 되면서 산다) 등이 살고 있습니다.
대명유수지의 맹꽁이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맹꽁이는 2009년 처음 발견하였습니다. 2년 뒤인 2011년 밤에 조사하러 왔더니 대량의 맹꽁이들이 이동하는 걸 보았습니다. 그때 신문사에 제보해 대문짝만하게 보도되었으며 환경청에서도 알게 되었고 전국의 언론사들도 취재하러 왔습니다. EBS와 TBC에서 각각 맹꽁이 다큐멘터리를 찍었습니다.
맹꽁이는 전문가라 하더라도 암수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양서류의 평균 수명이 10년 정도인데 수놈은 3년 되면 목 아래에 시커먼 혼인태(혼인색)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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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유수지 맹꽁이 -석윤복 제공
맹꽁이는 몸속에 3~4년 알을 지니고 있다가 5월 중순~9월 초순까지 산란합니다. 산란하기 적당한 환경은 고온다습해야 합니다. 알을 하나하나 수면에 띄우는데 24시간 만에 올챙이가 되니 다른 양서류에 비해 빠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맹꽁이가 울 때 습지 주변 온도가 22도 미만이면 물이 차가워 산란 되지 않고 뜨뜻미지근한 빗물이라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의 파괴, 4차 순환고속도로 건설, 빗물 통로가 유수지로 차단되면서 번식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맹꽁이 서식처 강화를 위한 습지 생태계를 복원하여 물을 공급하게 해야 합니다.
이곳에는 맹꽁이 이외에 삵, 족제비, 황조롱이, 고라니 등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자원의 보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면 젊은이들이 대명 유수지를 많이 찾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3년에 걸쳐 대명유수지 일원에 맹꽁이 서식환경개선 및 전망데크, 생태탐방로, 포토존 등 맹꽁이 생태학습장이 조성되었습니다.
억새가 큰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은 물억새라고 하는데 물억새보다는 사실 이곳에는 억새가 더 많습니다. 습지에 산다고 물억새라고 하는데 물억새는 꽃이 8월 말~9월 초에 핍니다. 이곳 억새는 잔이삭에 까끄라기가 있으며 9~10월에 꽃이 핍니다. 아직 푸릇푸릇한 기운이 더 많지만 금세 하얗게 은물결을 이룰 겁니다.
갈대와 억새는 그래도 구별이 좀 쉬운 편입니다. 갈대는 습기가 많은 땅에 자라고 키가 크고 꽃이 갈색이며, 억새는 하얀 잎맥이 있고 갈대는 없으니 잎맥만 봐도 구별이 가능합니다. 갈대는 8~9월에 꽃이 피며 줄기에 마디가 있고 대나무처럼 속이 비었습니다.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억새와 갈대를 구별하는 방법을 스토리텔링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억새와 달뿌리풀과 갈대가 있었습니다. 억새가 경치 좋은 곳인 산등성이에, 달뿌리풀은 달이 비치는 개울가에, 갈대는 갈 데까지 가보자고 해서 바다가 보이는 강가에까지 갔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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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모습인 달성습지
4대강 사업으로 녹조현상이 나타나는데 습지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요?
▶4대강 사업을 하기 전에는 강에 물이 적었습니다. 비가 오면 오염된 물로 물고기들이 떼로 죽는다는 뉴스를 접했을 겁니다. 특수작물을 재배하는 사람들에 의해 거름물이 강물을 오염시켜서 그렇습니다.
대명천, 진천천의 물이 비록 1차 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처럼 흐르게 하면 안 됩니다. 지하에 관을 묻어 수로를 별도로 만들어 강 가운데로 물을 빼야 습지가 살고 화원유원지가 살 수 있습니다. 미래의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환경오염은 반드시 막아야 멸종위기 동식물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의 현장을 지키며 많은 일을 하셨는데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라면 무엇이고,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생태학습관의 위치 선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호림동 강나루에 조성하려고 하기에 지금의 자리를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학습관에서 습지를 내려다보면 그야말로 조망이 멋집니다. 지금도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생태학습관과 수로형 습지를 만들 때 사실 1년 동안 해임을 당했습니다. 수로 공사에서 나오는 흙을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부정공사를 했던 겁니다. 이제 정상적으로 되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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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생태학습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 중 하나가 환경입니다. 매스컴에서도 이미 많이 보도되고 있는데 환경에 대비해야 합니다.
깽깽이풀은 멸종위기 2급 종인데 달성군에서 대량 발견되어 멸종위기 2급 종에서 해제되었습니다. 솔나리 역시 비슬산에 있는데 관리가 안 됩니다.
명곡 마수지에 가침박달나무, 진천천과 천내천에 수달이 있습니다. 입간판을 붙였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는데 아직 답이 없습니다.
기후 온난화로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동식물이 살 수 없다는 건 인간의 세계도 위협받고 있다는 또 다른 말이 아닐까 싶다.
3시간에 걸쳐 석윤복 선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필자가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의 지킴이가 된 듯하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먼저 일회용품을 줄이고 길가의 풀 하나라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남희 기자(Woo795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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