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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제로’ 자살, 안정망이 절실하다

비슬신문 2016. 9. 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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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제로자살, 안정망이 절실하다

 

가을 하늘이 높으니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그러나, 기분 좋은 계절 가을 마음 한구석에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자살이라는 죽음의 문턱을 수없이 넘나들고 있다. 최근 한 초등학생이 학원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졌고 직장 상사의 괴롭힘으로 초임검사가 목숨을 끊었으며, 재기소로 이슈화된 드들강 사건에서도 피해학생의 아버지가 딸을 지켜주지 못한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

신임 순경으로 발령받아 제일 충격적이었던 것은 하루가 멀지 않게 들어오는 코드제로바로 자살의심 신고였다. 만성우울증, 정신질환자, 실직자 및 4대악으로 지정된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으로 인해 고통 받는 많은 이들이 그 해결책으로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다.

 

20162월 통계청 등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OECD회원국 가운데 11년째 부동의 금메달을 달성하고 있다. 2015년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14427명으로 하루 40여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출근준비를 하는 일상의 순간에도 누군가는 자살하고 있다는 걸 알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가족, 친구 문제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살자들은 일상의 공간에서 함께하던 주변사람들에게 중대한 정신적 충격을 안긴다. 자살자 1인은 주변의 최소 6명 이상의 주위 사람에게 심리·정서적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타인의 자살에 충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이유를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나에게 죽음의 원인을 알리지 않았다는 배신감과 이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맞물려 살아있는 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다.

 

2012년 자살예방법을 제정한 이래로, 아니면 훨씬 그 전부터 한국의 자살문제는 상당기간 숙원과제였고 이 숙제를 풀어보기 위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전북 남원시는 음악을 통해 중·장년층의 자살을 예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20137월부터 자살시도자 사례관리팀을 운영할 병원을 선정해 현재 서울아산병원, 경북대병원 등 전국 27개 병원에서 60여명의 사례관리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응급실을 찾은 자살시도자와 상담하고 퇴원 후에도 지속적으로 살피며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는 자살자 유가족의 심리를 치료하는 심리부검을 통해 심리적인 건강을 되찾아주는데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잘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추가적인 홍보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자살은 순간이지만 생명에 대한 결정적인 권능을 가진다. 그래서 자살은 스스로에 대한 가장 극단적인 공격이며 자살이야말로 우리사회에 대한 살아있는 비판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이를 단순히 비판으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자살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나야한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자살생존자로서, 생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달성경찰서 공단파출소 순경 이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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