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아빠! 경찰 아저씨한테 왜 그래?”

비슬신문 2016. 9. 2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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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경찰 아저씨한테 왜 그래?”

 

필자는 청운의 부푼 꿈을 안고 각고의 노력으로 경찰관 채용 시험에 합격하여 새로운 출발을 하는 새내기 경찰관이다. 나의 노력과 헌신이 지역사회 발전의 초석을 다지고, 주민들의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명예로운 일을 하는 것이 너무 행복하기만 하다.

 

짧은 근무 경력이지만 파출소에서 여러 일들을 경험하였고, 그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어 소개한다.

 

무더운 여느 여름 밤 시간, 112신고 출동 명령이 내려졌다. 내용은 주취자 소란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최선을 다해 급히 도착해서 신고자에게 안심을 시키고, 주취자의 상태를 살피는 등 여러 조치를 취했다. 술이 과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고성으로 주변 민가에 피해가 계속되는 상태로 판단되어 일단 파출소로 데려와서 술이 깨면 귀가 조치시키기로 했다. 작은 실랑이 끝에 힘들게 순찰차에 태워서 파출소로 데려와 소파에 앉히고 물을 드리면서 술을 깨우기로 했다. 작은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파출소에 들어오면서부터 주취자가 심한 욕설을 하는가 하면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제지하려는 동료 경찰관과 아주 작은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소란행위는 가족들이 허겁지겁 파출소로 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가족들이 오자 조금은 누그러졌지만 경찰관에 대한 욕설은 멈추지 않았다.

 

그때였다. 초등학교에 막 들어갔을 법 한 예쁜 딸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망울로 아빠를 다그쳤다. “아빠! 경찰아저씨한테 왜 그래? 우리를 지켜주는 아저씨잖아!” 그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파출소는 조용해졌고, 이후 주취자는 집으로 귀가하였고, 가족들 그리고 주취자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전화로 사건은 정리 되었다.

 

지구대나 파출소에 근무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술에 취한 채 들어와서는 경찰관에게 고성과 함께 심한 욕설과 폭언, 더 나아가서는 행패까지 부리는 사람들을 마주한다. 이러한 사람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경찰관 2~3명이 필요하다. 범죄예방을 위해 순찰을 돌고, 긴급신고 시 출동해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범죄를 제압하며, 피의자를 검거해야하는 최소한의 시간과 인력이 낭비되고 있다. 다시 말해 관공서 주취 소란이 정작 경찰관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민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치안공백 상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관공서에서의 주취소란은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상 현행범 체포도 가능하며, 공무집행방해죄성립과 같은 형사처벌, 또 경찰관이 입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제기 대상도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이 법질서가 확립된 선진국가로 한걸음 다가가기 위해서는 우선 공권력이 바로서야 하며, 관공서 주취소란 같은 일이 근절되는 올바르고 건강한 음주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경찰관의 노력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관공서 주취소란 행위는 결국 나와 내 가족, 나아가 온 국민에게 큰 피해를 주는 범죄행위임을 명심해야 하며, 이에 대해 결코 가벼이 여기지 말고 우리사회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경찰력이 정말로 필요할 때 명품 치안서비스가 국민에게 제공되었으면 한다.

 

술이 잘못한 것이지 사람이 잘 못했냐는 말은 이제 더 이상 국민의 법 감정과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여 주시길 부탁드리는 마음으로 어린아이의 외침을 다시 한 번 기억해 본다.

아빠! 경찰아저씨한테 왜 그래? 우리를 지켜주는 아저씨잖아!”

 

달성경찰서 하빈파출소 순경 권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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