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상식의 반전4】

비슬신문 2016. 10. 26.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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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반전4

이란은 아랍 국가다?

 

지난 1011일 이란의 아자디 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 최종예선에서 한국은 이란에게 0:1로 패했다. 최근 이란전에서 4연패를 당한 한국은 유독 이란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란 선수들은 타 중동 선수들보다 체격이 큰 편으로 한국 선수들이 상대하기에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이란은 아랍 국가일까? 아닐까?

 

지난 2011재스민(튀니지의 국화) 혁명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다. 튀니지발() 민주화 불길이 빠른 속도로 인근으로 번지면서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장기 독재와 비민주적 왕정 체제가 허물어졌다. 튀니지에서는 23년간 철권통치를 해온 벤 알리 대통령이 민주화 시위대에 쫓겨 줄행랑을 쳤고, 이집트에서는 코샤리(서민층 전통음식으로 생계형 혁명을 상징) 혁명을 이끌어내며 30년간 현대판 파라오로 군림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권좌에서 쫓아냈다.

 

급기야 민주화 불길은 리비아로 확산돼 42년간 철옹성 같은 정권을 유지해온 카다피 국가원수 체제를 무너뜨렸다. 카다피는 퇴진을 거부하고 내전을 벌였지만 돌아온 건 죽음뿐이었다. 카다피군과 서방 연합군의 지원을 받은 시민군은 2월부터 10월까지 8개월간 일진일퇴의 격전을 치렀다. 결국 카다피는 자신의 고향 마을 시르테 방공호에서 은신하던 중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재스민 혁명의 훈풍은 이란에도 영향을 끼쳤다. 20112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개혁진영이 주도한 반정부 시위에 수만 명이 운집해 그린 혁명(2009년 부정선거 규탄 시위)’을 재현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이 다치고 수백 명이 체포됐다.

 

“9·11테러의 배후는 미국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전 대통령은 2005년 대통령 취임 이후 특유의 반미(反美) 독설로 반미 세력의 선봉장을 자처했다. 당시 이란은 북한, 베네수엘라와 함께 반미를 외치는 소위 불량국가(rogue states)’ 넘버3 중 하나로 불렸다.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20052013년까지 8년의 재임 기간 강경한 반서방 정책을 펴면서 미국, 유럽, 이스라엘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란은 아시아와 유럽, 중동이 만나는 이란 고원에 위치한다. 페르시아 제국은 이란 지역에 처음 나라를 세웠다. 그러다가 7세기경 아랍인에 의해 멸망했다. 16세기가 되어서야 사파비 왕조에 의한 강력한 이란 민족국가가 형성됐다. 1935년에 나라 이름을 아리안족의 나라라는 뜻의 이란으로 바꾸고,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붕괴되면서 지금의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됐다.

 

하지만 이슬람 근본주의 정권 하에서 이란은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1979년에는 이란 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들을 444일간 억류하는 사건을 일으켰다. 이란은 1980~1988년까지 8년간 미국이 지원하는 이라크와 기나긴 전쟁을 치렀다. 이란의 부활은 1991년 이라크가 걸프전(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발생한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97년부터 8년간 집권한 하타미 대통령의 개방정책으로 경제적 효과를 보았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해 후세인 수니파 정권을 무너뜨린 것이 시아파 정권인 이란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이란이 지역의 패권을 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아랍 국가다? 그렇지 않다. 아랍 국가는 아랍어로 말하고, 아랍인이 살면서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를 일컫는다. 그들은 아랍어를 국어 또는 공용어로 쓰며 서로를 형제 국가라고 부른다. ‘아랍연맹(Arab League)’이 그 예다. 아랍연맹에는 레바논, 리비아, 모로코, 모리타니,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아랍에미리트, 알제리, 예멘, 오만, 요르단, 이집트, 지부티, 카타르, 쿠웨이트, 튀니지 등 22개국이 포함돼 있다.

 

이란은 아랍 국가와 같은 중동·이슬람권이지만 민족, 언어, 역사가 다르다. 이란인은 아랍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파르시라는 아랍어와 전혀 다른 고유의 언어를 쓴다. 외모도 차이가 나고, 뿌리도 다르다. 이란 사람들은 자신들이 페르시아 문명을 꽃피운 자랑스러운 후예라고 생각한다.

 

이란은 이란이고 아랍은 아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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