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반전5】
독한 감기가 독감이다?
감기(感氣)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질병 중 하나다. 순우리말로 ‘고뿔’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일생 동안 200번 이상 감기에 걸리는데, 코막힘·기침·두통·목 아픔 등의 증상까지 합치면 5년 정도는 감기로 고생하는 꼴이다.
흔히 몸을 춥게 하면 감기에 걸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감기와 추위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너무 추워 바이러스(病毒)가 살지 못하는 극지방에서 사는 사람은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다만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줄 수는 있다. 겨울철에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전염의 위험성이 높다. 또 실내 환기가 잘되지 않으면 공기 오염도가 높아져 호흡기 점막을 자극하면서 바이러스 감염이 증가한다.
감기는 계절에 구분이 없다. 낮밤 기온차가 큰 환절기와 봄·가을, 과도한 냉방으로 인한 여름도 예외가 아니다. 인체 방어력이 떨어지면 어느 때건 찾아오는 불청객이 감기다.
감기가 악화됐다거나 증상이 심하면 독감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독감과 감기는 다르다. 원인, 증상, 치료법이 모두 다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는 데 반해, 감기는 200여 종 이상의 바이러스가 단독 또는 결합하면서 발생한다. 전체 감기 환자의 40%에서 발견되는 라이노 바이러스만 해도 변종이 100여 종류나 된다. 2~3종류의 바이러스에만 듣는 감기 치료제나 백신은 소용이 없다. 그래서 감기에 맞는 만능 백신을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감기는 코, 목, 기관지 등 호흡기 점막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과 알레르기성 질환을 아우르는 병이다. 감기에 걸리면 보통 콧물이 나고 기침을 하며 열이 난다. 합병증 가능성은 거의 없다. 주목할 것은 백신접종과 감기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감기는 약을 먹어도, 안 먹어도 일주일이면 낫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먹는 감기약은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해열제나 기침 억제용이다. 현재로서는 주사 한 방으로 감기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사 또한 먹는 약과 마찬가지로 기침, 고열, 통증 등을 억제시켜 몸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감기에는 소주에 고춧가루를 풀어 마시는 게 최고라는 속설이 있는데, 전혀 근거가 없다. 오히려 항히스타민의 감기약과 알코올 성분이 만나기 때문에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된다. 결국 감기에는 백약이 소용없다. 충분한 영양 섭취와 휴식으로 몸의 저항력을 키우는 게 최선의 감기 예방책이다.
독감은 계절성이다. 사계절 감기와 달리 주로 가을과 겨울에 발생한다. 1~3일 잠복기를 거쳐 39도가 넘는 고열에 심한 근육통을 동반한다. 폐렴·천식 등 합병증으로 이어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독감은 백신접종으로 70~90%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독감 예방접종을 받으면 독감에 걸려도 증상이 훨씬 경미해진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A·B·C형 등 3가지 유형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실제 독감 바이러스는 종류도 다양하고 새로운 변종도 자주 출현한다. 인플루엔자가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독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2009년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신종플루(H1N1)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생긴 호흡기 질환이다. 신종플루는 고열과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감기 증상과는 전혀 다르다. 당시 신종플루로 인해 전 세계에서 약 1500명이 사망하고, 26만 명이 감염되었다. 신종플루는 독감과 유사한 발열, 기침, 인후통, 콧물 등의 증상을 보여 구별하기 어렵다.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독감이 대유행하면 인구의 10~20%가 걸릴 정도로 전염성이 매우 강력하다. 합병증은 치명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계절성 독감으로 수십만 명이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918년에 유행한 스페인 독감은 세계 인구 3분의 1을 감염시키고,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기간 동안 사망(900만 명)한 사람보다 훨씬 많은 3000만 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갔다. 1957년 아시아 독감 때는 100만명, 1958년 홍콩 독감 때는 70만 명 정도가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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