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항문과 직장은 남남?

비슬신문 2015. 9. 1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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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과 직장은 남남?

 

가정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부부입니다. 서로 다른 남녀가 결혼하여 부부가 되고 자식을 낳게 되면 이 부부는 가족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됩니다. 어버이세대와 자식세대를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배우자를 제일 소홀히 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늘 옆에 있어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것 같은, 어찌 보면 지겹기도 한 사람, 바로 당신의 아내, 당신의 남편입니다. 우리가 늘 지나다니는 다리와 같이 늘 있어왔기 때문에 고마움을 느낄 수 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다리가 없어졌다고 상상해보면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출퇴근 시간에 교통체증은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그러나 다리가 없어지면 교통체증도 없어지겠지만 우리 생활도 없어지지요. 부모님과 자식들과의 갈등은 출퇴근길의 교통체증과 같은 것입니다. 교통체증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겪는 것이기 때문에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대하면 한결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다리가 무너지듯이 부부가 갈라서게 되면 우리의 가족 자체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 몸에서 항문과 직장은 서로 붙어서 한길로 연결되어 있습니다만, 원래 출신은 전혀 다릅니다. 높은 산을 가로질러 고속도로를 닦기 위해서는 터널을 파야합니다. 이때 대부분의 터널공사는 양쪽 끝에서 파 들어와 가운데서 만나서 터널을 완성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태생기에 우리의 몸도 피부 바깥에서 몸속으로 구멍이 생겨서 항문이 되고 몸속의 내장이 길어져서 항문과 만나서 대장의 끝부분 즉, 직장을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이 두 터널이 서로 만나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바로 항문이 막히는 선천성 질환인 쇄항증(항문폐쇄증)이 되는 것입니다. 과거 명성황후(민비)의 첫 번째 아들(순종황제의 형님)이 생후 5일 만에 죽고 말았는데 바로 그 원인이 항문이 선천적으로 막혀 있는 쇄항증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요즘 같으면 수술로서 치료가 가능하지만(물론 아직도 어려운 수술이긴 합니다) 당시로서는 고종 황제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겠지요.

그렇습니다. 항문과 직장도 매일 대변을 볼 때는 고마운 것을 모릅니다. 하지만 항문과 직장이 서로 갈라섰다고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뿐더러, 배에다가 인공항문을 만들어서 산다고 해도 엄청난 생활상의 불편이 생길 것입니다.

여름휴가철이 다 가기 전에, 늘 곁에 있어서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던 분들에게도 우리의 사랑과 관심을 돌려줍시다. 특히 우리의 아내와 남편에게 말입니다.

 

늘시원한 위대항 병원 원장 권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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