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금화복지재단 이사장 신경용
코끝에 닿는 바람에 따스함이 묻어 나는 걸 보니 봄이 성큼 들어선 모양이다. 바람 냄새, 꽃향기, 새 소리가 더 가까이 다가와 봄을 알리는 전령(傳令)이 된다. 사계절이 똑같은 콘크리트 도심에도 어김없이 봄의 기운이 느껴졌다. 꽃샘추위로 며칠을 매섭게 보냈어도 봄이 왔다고 콘크리트 숲을 뚫고 꿈틀한다.
비슬산 참꽃나무 잎이 굼틀대고 겨울날 동면하던 동물이 깨어나려고 어깨를 펴고 있는 듯 낙엽이 부스럭거리며 봄 놀이를 준비하고 있다.
비슬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달성은 ‘아름답다’라고 표현해도 여전히 말로다 부족한 것 같다. 비슬산琵瑟山은 거문고를 닮아 비파를 비슬산이라고 전한다.
비슬산의 명칭 유래와 이야기가 여러 가지로 전해지고 있다.
첫째, 유가 비슬산이라고 불리는 것은 주봉을 비롯한 산체의 대부분이 달성군 유가읍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비파 비(琵), 거문고 슬(瑟)’ 자를 이름으로 삼은 비슬산(琵瑟山)은 신라 시대에 인도의 한 승려가 우리나라에 놀러 왔다가 이 산을 구경하던 중 비파 모양을 닮았다는 의미로 범어(梵語)[예전 인도어]의 발음을 그대로 음으로 표기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셋째, 『유가사 창설 내력』이란 책과 신라 흥덕왕 원년인 병오년 5월 상한에 도성 국사(道成國師)의 문인(門人)인 도의(道義)가 쓴 『유가사 사적(瑜伽寺寺蹟)』이란 책에서 산의 모습이 거문고와 같아 비슬산이라고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넷째, 비슬산 정상의 바위 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비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다섯째, 조선 시대에는 비슬산의 한자가 ‘포(苞)’를 의미하기 때문에 ‘포산(苞山)’이라고 했고, 이 때문에 현풍(玄風)은 예전 포산(苞山)으로 불리기도 했다.
여섯째, 비슬산은 닭벌[달구벌, 달구는 닭의 경상도 사투리] 주변에 우뚝 솟은 볏[비슬, 비슬은 볏의 경상도 사투리]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일곱째, 달성군에서 1981년 편찬한 『내 고장 전통 가꾸기』에 보면 비슬산은 소슬산(所瑟山)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인도의 범어로 부를 때 일컫는 말이며 중국말로는 포산이란 뜻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덟째, 비슬산은 옛날 천지가 개벽할 때 온통 물바다가 됐는데 비슬산만 높아서 남은 곳이 있었는데 그때 남은 바위에 배를 매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 바위의 형상이 비둘기처럼 생겨 ‘비들산’으로 불리다가 ‘비슬산’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아홉째, 비슬산에 대한 전설에는 '사왕설'(四王說)이 있는데, 이것은 비슬산의 명칭인 '비슬'(琵瑟)이라는 한자에 '틀림없이 그렇게 된다'는 뜻의 '비'(比)와 '필'(必) 자가 각각 '임금 왕(王)' 자 4개를 떠받들고 있는 모습으로 4명의 왕이 배출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비슬산은 산림이 수렴하고 울창하여 계절마다 색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대구와 경북의 명소가 되었고 우리 민족의 얼을 전하는 산이 되었다. 봄에는 참꽃과 철쭉으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울창한 계곡으로, 가을에는 멋진 억새 군락과 화려한 단풍으로, 겨울에는 얼음산과 눈꽃 축제로 사시사철 자연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천혜의 자연 자원과 선조들의 지혜가 묻어나는 향토유적을 간직하고 있는 비슬산 가까이에 살 수 있어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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