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이 낳은 조선의 이름난 문장가
인악대사 의첨의 흔적을 찾아 용연사로 가다.
달성을 빛낸 위인 중 한 명이 일연스님(1746~1796)이다.
스님은 경산에서 태어났지만 비슬산 일대에 35여 년 동안 머무르며 삼국유사의 뼈대인 역대연표를 완성한 분이다. 흔히 보각국사(普覺國師)로 불리는데 보각(普覺)은 죽은 뒤에 공덕을 칭송하여 임금으로부터 받은 이름인 시호(諡號)다.
국사는 임금의 스승으로 책봉된 스님을 말하고, 왕사는 덕행이 높은 고승에게 주는 최고의 승직이다. 대사 또한 덕이 높은 스님을 일컫는다.
이번 지면에서는 덕이 높은 스님 한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인악대사(仁嶽大師(1746~1796)다. 그는 영조 때, 화원읍 본리리 인흥마을에서 태어났다. 속가의 성은 성산(星山) 이씨(李氏), 법명은 의소(義沼), 이름은 의첨이다. 인근 옥포 용연사에서 출가하고 세수 51세, 법랍 34세에 용연사의 말사인 명적암에서 입적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신동이라 불릴 정도로 독똑했다.
스승인 벽봉스님으로부터 금강경, 능엄경 등 불교경전을 배워 비슬산, 황악산 등에서 불경을 설파하고 많은 제자들을 배출하였으며 문장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저서로는 『화엄사기』, 『금강사기』, 『인악집』 등이 있다.
230여 년이 지났지만 용연사에서 인악대사(仁嶽大師)와 관련된 흔적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적멸보궁 옆 부도군에서다. 낙파대사, 원계대사, 인악대사, 송파대사, 동운대사, 알려지지 않은 두 개를 포함하여 7기의 부도가 있는데 모두 종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듯 왼쪽에서 세 번째 부도는 덮개를 하고 있어 다른 부도와 달리 눈에 띈다. 이것이 바로 인악대사 부도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있다. 지금은 만월루 1층에 종무소가 있지만 한 때 종무소로 이용되었던 심검당이 인악당으로 현판이 교체되었다. 이 또한 인악대사를 기리기 위함에서다.
대사는 정조대왕으로부터 ‘스님들 중에 조선 제일의 문장가’라는 극찬을 듣게 된다. 그 연유는 정조대왕이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수원에 용주사를 창건하고 불상 만드는 작업을 주관할 스님을 뽑게 되는데 인악대사가 뽑혔다. 대사는 부처님 복장에 봉안할 봉안문을 작성하고 용주사 신장에게 제사 드리기 위해 글을 썼는데 그것을 본 정조대왕이 대사의 문장력에 감탄을 했음이다. 사후 ‘홍제’라는 시호를 내렸다.
여기에서 잠깐!
용연사의 주지실 이름이 한 때 사명당이었다. 들어가는 문은 지금은 불이문이라는 현판이 걸렸지만 예전에는 홍제문이라는 현판이 걸렸었다. 사명대사는 익히 알다시피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하는데 앞장섰던 분이고 용연사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케 한 분이다. 당호가 사명당이라 홍제는 사명당의 시호인 자통홍제존자(慈通弘濟尊者)에서 홍제를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인악대사 또한 용연사에서 출가했고, 명문장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시호가 홍제라 홍제문의 홍제를 누구에게 맞춘들 용연사의 사적에서 두 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인각대사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은 용연사와 명적암 뿐만 아니라 팔공산 동화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사전에 대사의 진영이 있고, 대사를 기리기 위해 500여 년 된 느티나무를 인악대사 나무라고 명명했다. 또한 통일대불로 내려가는 좌측 편에 1808년 관찰사 김희순이 쓴 대사를 기리는 인악대사비가 있다. 일반적으로 비의 밑돌은 귀부인데 반해 동화사는 봉황이 머문 자리라고 하여 봉황으로 되어 있는 것이 다른 비의 밑돌과 다르다.
인악대사의 시를 소개하면
5월의 홍류동은
봄이 흐드러진 은사(隱士)의 집이라네.
바위 끝 꽃은 볼수록 괴이하고
숲 속의 새소리는 들을수록 아름답네
산도 구름도 걸린 때가 좋고
개울은 돌이 많은 곳에 소용돌이 이네
신선이 멀지 않는 곳을 아노니
웃으며 산봉우리 안개 속에 들어가네.
- 홍류동 -
하늘 높은 가을 들판 빛깔은 누르러 가는데
보이는 곳마다 가을바람에 벼 이삭이 향기롭네.
우리들은 경술년에 이러한 풍경을 보노니
사람을 만날 때마다 태평시절의 임금이라 칭송한다네.
-가을 들판
(시 출처: ‘나무이야기 꽃 이야기’)
우남희 기자(Woo795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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