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

『유심』을 복간한 무산 조오현‘비슬산 가는 길’

비슬신문 2024. 3. 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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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사상 실천선양회를 설립하여 만해축전을 열다

유심을 복간한 무산 조오현비슬산 가는 길

 

가방 하나 챙겨 집을 떠난다. 가방 안에는 한 끼 먹을거리와 짬짬이 읽을 책 한 권이 들어있다. 그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거뜬히 살 수 있다.

이런 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된다. 살아가는데 있어 많은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데 많은 것을, 분에 넘치게 갖고 있다. 그런데도 늘 부족함을 느끼니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나보다.

오늘 하루만큼은 산인(山人)으로 살기 위해 빈자의 몸으로 비슬산 자락을 향한다. 천년고찰 유가사 초입에 이르니 시 한 수가 반긴다.

비슬산(琵瑟山) 구비 길을 누가 돌아가는 걸까

나무들 세월 벗고 구름 비껴 섰는 골을

푸드득 하늘 가르며 까투리가 나는 걸까

 

거문고 줄 아니어도 밟고 가면 운() 들릴까

끊일 듯 이어진 길 이어질듯 끊인 연()

싸락눈 매운 향기가 옷자락에 지는 걸까

 

절은 또 먹물 입고 눈을 감고 앉았을까

() 첩첩 두루 적막(寂寞) 비워 둬도 좋을 것을

지금쯤 멧새 한 마리 깃 떨구고 가는 걸까

( 무산 조오현 비슬산(琵瑟山) 가는 길전문)

 

이번 지면에는 스님이자 시인이고, 춘천불교방송 사장, 불교신문 편집국장, 만해사상 실천 선양회 이사장을 역임했던 무산 조오현 스님을 만나고자 한다.

무산은 법명이고 조오현(曺五鉉, 1932~ 2018)은 속명이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1958년 출가하였으며 설악산 신흥사와 백담사에서 조실스님으로 계셨다.

그는 1968시조문학, 관음기가 추천되어 시조시인으로 활동하며 첫 시집인 심우도를 비롯하여 아득한 성자, 절간 이야기,마음 하나, 우리가 행복해지려면, 내 삶은 헛걸음등 여러 권의 책을 냈으며 가람시조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현대시조문학상, 남명문학상, 한국문학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그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스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 스님을 기리기 위해 1996만해사상 실천선양회를 설립하여 전국의 문인,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축전을 열어 만해대상을 시상하기도 하였다. 만해 대상수상자로는 김대중, 리영희, 문인으로 고은, 김지하, 조정래, 종교인으로 강원용 목사, 함세웅 신부, 법륜 스님, 두봉 주교, 진보적인 인사인 백낙청, 신영복 등이라니 종교와 분단의 벽을 넘어 선정했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백담사 초입에 만해마을을 만들어 문인들의 창작공간을 만들었으며 불교평론을 창간하고, 만해가 창간했던 유심을 복간하였다.

유심은 만해 선생이 1918<유심사>를 인수하여 창간한 불교잡지이자 종합교양지다. 2001년 무산스님이 복간했고 201592권을 끝으로 종간되었다. 그러나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다시 8년만인 지난 2023유심재창간호를 내면서 염두에 둔 것이 두 가지였다고 한다. 만해스님의 자주독립 사상과 무산스님의 화합과 상생의 정신이다.

그리고 무산 조오현 시인의 예술혼과 상생 화합 정신을 계승 선양하기 위해 무산문화대상을 제정하였다. 무산문화대상은 매년 한국의 문학, 예술, 사회문화의 발전을 선도해온 중진 문화예술가의 활동과 업적을 널리 표창하기 위해 문학 부문, 예술 부문, 사회문화 부문으로 나누어 분야별 수상자 1인을 선정하고 상금 1억 원과 상패를 수여한다고 하니 스님이 끼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잠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무산스님의 시 세계는 '()와 선()이 하나'라는 시선일여(詩禪一如)의 길을 걸으며, 시조와 선시의 현대적 조화를 실천했다. 선시(禪詩)는 한문으로 쓰여 난해하였는데 한글 시조 형식으로 지어 선시의 문턱을 낮춘 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평화와 인권운동가들을 발굴하여 시상함으로써 그들의 운동을 간접 지원하였으며 전태일기념사업회에 후원금을 보냈으며, 인근 학생들에게는 대학 재학 때까지 장학금을 기부하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기관단체장이 오면 버선발로 나가 반기는데 반해 스님은 장관이나 도지사가 찾아오면 방에 앉아서 맞지만, 면장이나 이장 또는 농협이나 우체국 직원이 찾아오면 산문 밖까지 나가 맞는 분으로 이름 나 있다.

스님의 게송은 천방지축(天方地軸) 기고만장(氣高萬丈) 허장성세(虛張聲勢)로 살다보니 온 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 구나. !’이다.

 

유가사 일연문학시비공원에는 유심을 창간한 한용운의 님의 침묵시비가 서 있다. 그 옆에 무산스님의 시비 하나가 더 건립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시 한편을 더 소개하는 것으로 맺음을 대신한다.

 

아득한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무산 조오현 아득한 성자전문)

 

우남희 기자(Woo795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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