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

비슬산을 수백 번 오른 이성환 등산가를 만나다.

비슬신문 2024. 9. 10. 16:37
반응형

겸손한 자세로 산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산 사나이!!
비슬산을 수백 번 오른 이성환 등산가를 만나다.

 많은 사람들이 힐링을 위해 자연을 찾고, 그중에서도 산을 찾는 경우가 많다. 산을 오르는 것이 단순히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산의 품에 안기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길은 모든 길로 이어져 있다. 등산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하나의 산을 반복해서 간다는 건 재미없을 것 같다. 진정으로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일반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른가 보다. 이번 지면에서는 산이 좋아 비슬산만 280여 회나 오른 이성환(72) 등산가를 만나 산에 대해 듣기로 했다. 

비슬산의 운무

               
Q. 등산은 언제부터 하였는지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처음 시작한 운동은 테니스였습니다. 1980년부터 했으니 한 40여 년을 한눈팔지 않고 테니스만 했습니다. 입문 후 7년 뒤부터 약 10년간은 전국대회에 출전하였습니다. 당시 지역대회나 클럽대항전, 재단 시합 등에서 여러 번 우승을 차지했고 300팀 이상 출전하는 전국단위 시합에서도 8강 진출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2000년 전주 한·일 시합에서 패한 후 돌아오는 길에 패배의 원인을 상대방에게서 찾고 있었습니다. 
즐겁게 시작한 운동이 갈등을 유발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 후, 모든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파트너가 없는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게 되었습니다.
 소소하게 산을 올랐지만 제대로 등산한 산이 친구랑 같이 간 합천의 가야산으로 기억합니다. 운동한 사람이지만 제게는 험한 산이어서 친구를 원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내려갈 걸 왜 고생하며 올라가는지 이해되지 않았고 짜증까지 났습니다. 
쉬고 오름을 반복하다가 칠불봉 정상에 도착했는데, 대자연의 장엄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힘들게 올라온 걸 보상해 주는 듯했습니다. 그 후 산과의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고나 할까요. 

Q. 일반운동도 마찬가지겠지만 등산할 때 나름 준비할 것이 있지 않을까요? 
▶ 시간이 된다면 등산학교를 입교하도록 추천하고 싶습니다. 보법, 스틱사용법, 배낭 꾸리기, 등산지도 보는 법, 계절에 따른 의류 준비, 등산화 선택 등등 많은 것을 가르쳐줍니다.

가야산 칠불봉

              
일반적으로 중요한 건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고, 충분한 식수 확보, 코스의 길이에 따라서 주식과 간식 준비, 주위에서 산을 잘 아는 사람과 동행하면서 배워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퇴직 전에 산을 많이 알고 즐기는 후배 선생님의 도움으로 등산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그에게서 전국 500여 개 산의 등산 지도를 파일로 받았습니다. 그 이후는 부산 국제신문의 근교산 코너를 통해서 산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대구 KJ산악회와 드림산악회를 연간 20여 회 이상 이용했고, 자가운전으로 먼 곳의 명산을 탐방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산과 테니스를 즐기면서 건강을 지키는데 매일 
저녁에 약 30여 분씩 헬스를 하는데 동네 공원의 헬스기구를 이용합니다. 근육과 근력의 강화가 다치지 않고 오래도록 산행할 수 있는 밑받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에 대한 겸손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산이라는 남의 집을 방문한다는 생각으로 손님으로서의 예절이 뭔지를 생각해야겠지요. 인화성 물질의 휴대나 산에서의 흡연은 하지 말아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많은 산을 다녀오셨다고 들었는데 다녀온 산을 소개해 주십시오. 특히 기억에 남는 산이라면?
▶이전에도 산을 오른 기억은 있는데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사진 자료로 보관되어있는 첫 산행은 2010.1.22.일 합천 가야산이 첫 산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 오늘까지 영남 알프스 지역으로 301회, 화원 용문산 452회, 팔공산 112회, 앞산 및 청룡산 152회, 지리산 62회, 설악산 27회, 합천방면 101회, 거창방면 64회, 창녕방면 66회. 비슬산 284회 등 약 1900회의 산행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진 자료를 유지 보관하기 위하여 4테라바이트의 외장 하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외장 하드는 자료 보관의 용도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등산을 못 하게 될 시에 보관된 자료를 눈으로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역사를 만든다는 이유라고나 할까요.
모든 산은 그 나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산을 고르라는 건 어렵습니다. 그래도 고르라고 한다면 영암 월출산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양한 코스와 암릉, 영암의 평야 속에 우뚝 솟은 기이함, 유서 깊은 사찰을 품고 있습니다. 자주 갈 수 없는 지리적 환경 때문에 더 애틋하다고 할까요.

가까이 있는 산으로는 합천 모산재를 들 수 있습니다. 산 전체가 암릉으로 바위산입니다. 철쭉이 필 무렵에는 바위틈에서 꽃을 피우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바위들이 같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저마다 스토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3시간 정도의 이동 거리는 먼 편이지만 그렇게 투자해서 엄청난 만족감을 얻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어디서 이런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암릉과 조망, 연계 산행으로 황매산, 감암산, 부암산까지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최고의 명산은 역시 설악산과 지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면 설악산입니다. 제 성향이 기기묘묘한 암릉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비슬산 천왕봉


처음 계획은 나이 80되는 해에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생일을 자축하는 게 목표였고, 두 번째 목표는 죽기 전까지 3,000회의 등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몇 년 동안 공공연하게 외치고 다녔습니다. 뱉은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해, 팔공산 산행 때, 동봉에서 우연히 만난 미륵월암스님과 대화하며 계획을 말씀드렸더니 칭찬과 아울러 80이 넘도록 살겠다고 전제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지요. 그 후로 목표를 수정하여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추세는 산림청 100대 명산을 인증하자는 겁니다.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 영남알프스 8개 봉우리 인증 등의 외부 인증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이 산행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는 산행의 핵심은 자유이지 외부 인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상 표지석 앞에서 인증하기 위해 5분, 10분씩 대기하는 걸 썩 내켜 하지 않습니다.
더 큰 이유는 어떤 산이든지 산마다 자기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데 산림청이나 블랙야크 기준으로 100대 명산이라고 구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성철스님의 말씀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Q. 비슬산을 280여 회 다녀오셨다고 하셨는데 같은 곳을 가면 재미없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많이 가게 되었는지?
▶ 2011년 1월 24일, 처음으로 유가사를 출발하여 대견봉과 조화봉을 올랐습니다. 당시의 대견봉이 지금은 천왕봉으로 정상의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가야산은 만물상이라든지 칠불봉, 상왕봉의 거대한 암릉이 나를 압도했는데 비슬산의 첫 느낌은 편안함이었습니다. 그 느낌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슬산은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산입니다. 적절한 암릉, 걷기 좋은 능선 길, 1000m 이상의 고도로 온도변화 체험, 조망권의 확보, 계절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볼거리, 3시간(천왕봉 왕복)에서 8시간(관기봉,석검봉,조화봉,천왕봉,대견봉) 정도까지 조절 가능한 등산로, 집에서 20여 분이면 등산로 도착이 가능하다는 장점 등이 있습니다.

겨울의 비슬산은 설화와 상고대, 빙벽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유가와 현풍으로 운무에 뒤덮인 모습을 수시로 볼 수 있는데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냅니다. 청도 각북지역의 거대한 안개 바다, 사방을 볼 수 있는 조망권 확보, 비슬산은 다른 산에 비해 식생의 변화가 뚜렷합니다. 4월에는 참꽃, 참꽃이 지고 나면 연달래가 피어납니다. 5월에는 섬돌나리가 천왕봉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다음으로 미스 킴 라일락이, 7월에는 산나리가, 그 뒤를 꽃창포와 천궁이 자리 잡습니다. 9월에는 구절초와 억새가 만발하고 10월에는 용담이 핍니다. 이처럼 비슬산에 피고 지는 꽃들이 자연스럽게 순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꽃과 기이한 식물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해마다 때가 되면 그 꽃들이 피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라도 비슬산을 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1년 365일 동안 많은 변화를 보여주는 산은 전국에서 비슬산이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설사라고 하셨으니 알고 계시겠지만 비슬산은 유가사, 용문사, 용연사, 용천사, 소재사, 대견사 등 천년고찰을 품고 있는 산입니다. 또한, 돌이 강물처럼 흘러 내려 돌강이라고 부르는 암괴류가 자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전기차의 운행으로 초보자도 쉽게 정상을 만나볼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 모든 장점으로 인해 최고의 명산은 비슬산이라고 감히 말합니다.

Q. 교단에 섰다고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일이나 아쉬움이 있으면?
▶첫 교단을 여자중학교에서 시작하여 32년간 재단의 여러 학교에서 근무하였습니다. 퇴직 후 『감성 리더쉽』(2009년 출간)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출간은 오래전에 됐는데 퇴직 후 접했습니다. 인간의 본성을 8가지로 분류하고 각각의 특징과 상담요령을 기술한 책입니다. 과거에는 학생상담을 가정방문, 상담, 훈육(체벌) 등 지금과는 달랐습니다. 진즉에 상담요령과 인간의 본성에 대해 알았다면 학생들에게 좀 더 각자에게 알맞은 진로나 직업에 대해 상담하고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게 남습니다. 그리고 교사들에게 인간 심리와 상담에 관한 기초교육을 강화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교단생활 10년째 되는 해에 남자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았습니다. 그때 청소시간에 장난으로 학생이 머리를 다친 적이 있었습니다. 병원으로 이동해서야 머리에 지병이 있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장난으로 인해 병이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으니 다행이었다고 그 당시에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퇴원 후 학생과 학부모와 면담하여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 계기가 되었는데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길을 걷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조언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그 학생은 신학대학을 거쳐 대전 근교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목사님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도 서로 안부를 묻는 통화를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랍니다.

그를 이른 시각에 유가사에서 만났다. 등산하려고 올라가는 그 시각에 그는 벌써 천왕봉에 들러 표지석을 터치하고 내려오는 중이었다. 비슬산을 수백 번을 올라 마을 뒷산을 오르는 것처럼 오르지만 마음만큼은 겸손한 마음이라고 했다. 산 이야기를 듣는 내내 진정으로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우남희 기자(Woo7959@daum.net)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