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식탐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비슬신문 2015. 2. 10. 16:37
반응형

식탐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담배는 정말 쉽게 끊었다. 담배는 내 의지만으로 충분히 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식욕을 조절한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진다. 살을 빼기 위해선 운동보다도 일단 먹는 것을 줄여야 하는 게 최우선인데 이게 말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다.

눈앞에 잘 익은 생선 한 마리가 누워 있다고 생각해 보라. 입에서 침이 절로 나온다.

잘 끓인 된장이랑 누룽지 밥 한 그릇을 먹으라고 디다 밀면 그걸 어찌 마다하겠는가.

식탐이 많아서 그래...”

하긴 어릴 때 가난해서 배곯은 사람들은 식탐이란 게 생겨 음식 잘 안 가리고 주는 대로 잘 먹는 특성은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음식 앞에 두고 깨작깨작 거리는 걸 제일 싫어한다. 그리고 음식투정 하면 배에 기름기가 넘쳐 배부른 소리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요즘 애들은 어릴 때부터 배가 터질 정도로 먹고 자란다. 오죽했으면 아동 당뇨환자가 생긴다는 말까지 들린다. ‘보리고개는 이제 완전 우리 애들 머리엔 아리랑 고개정도로만 알게 된 세상에 살면서도 식탐이란 게 존재 한다는 건 왜 일까?



 

밥을 잔득 먹고 일어나서 느끼는 그 기분, 좋은 포만감은 마약 맞은 기분 이상이다.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식사 중엔 도파민이 나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부족하게 먹고 나오면 왠지 기분이 좋지 않고 아쉽고 허전하기도 하고... 마치 공복혈당이 최하치로 떨어진 듯 한 이상한 기분을 맛보게 된다. 그래서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 먹고 또 먹게 된다.

 

그런데 왜 이런 증상이 생기는 것일까?

음식을 적당히 먹어서 혈당이 올라가면 포만감이 느껴지고 식욕도 사라져야 한다.

위장이 적당히 차면 배가 부르다고 느껴서 먹는 것을 멈출 것이고, 음식물이 장으로 넘어가면 렙틴과 콜레시스토키닌이 분비돼 뇌가 배부르다고 느껴야 정상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어느 한 부분이 작동을 안 하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뇌가 배가 부르다는 걸 인식을 못하거나 느리게 작동한다면 인간은 배가 터질 만큼 음식을 밀어 넣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이 먹는 인간은 식탐이 있는 게 아니라 몸 어느 한부분이 고장 난 인간, 즉 병에 걸린 것이다. 그래서 너무 의지가 박약한 인간으로 몰지 말고 적절한 치료가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주치의 114  노병철 대표

반응형